(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한진해운 파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것도 억울한 데 이 엄동설한에 터무니없는 감정가격에 사원임대주택을 사지 않으면 나가라니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올해 초 회사 파산 선고로 어려움을 겪은 부산 한진해운 사원임대주택 입주 직원과 가족이 최근 사택 공매 절차로 다시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부산 동래구 수안동의 한진타운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살아온 한진해운 직원 70여 가구는 지난달 중순께 한진해운 파산재단으로부터 사택 매입 여부를 묻는 안내문을 받았다.
사택 입주자에게 공매 진행 전 한진타운 사택을 우선 매입하거나 내년 1월 31일까지 집을 자진해서 나가겠다는 확인서를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사택 공매는 2015년 12월 한진해운이 농협으로부터 사택을 담보로 300억 원을 빌린 이후 파산한 한진해운이 사택 소유권을 하나자산신탁에 넘기면서 채권 회수를 위한 절차다.
입주 직원들은 설명회 한번 없이 5일 이내에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물론 사택 감정가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파산재단 측이 한진타운 일반분양 주택의 실거래가를 웃도는 감정평가 금액인 2억7천∼2억8천만원(전용면적 59.97㎡ 기준)을 사택 매입가격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안내문을 받고 매입 의사 확인서를 제출한 직원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조창수 입주자 대표는 "회사가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회사 주식을 사라고 해서 목돈을 털어 샀지만 회사 파산으로 종잇조각이 됐다"며 "파산 이후 퇴직금 외에 위로금 한 푼 못 받고 해고됐는데 인제 와서 비싼 가격에 사택을 사라니 우릴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직원들은 한진해운 파산 선고 직후 파산재단이 사택을 매입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대부분 "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파산재단과 하나자산신탁은 지난달까지 사택 공매나 매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 사이 올해 초 2억원대 초반이었던 한진타운 시세는 불과 1년도 안 돼 2억 중반대로 껑충 뛰었고 사택 매입 감정가격은 재건축·재개발 붐이 일어난 주변 아파트 부동산 열기까지 반영돼 더 치솟았다고 입주 직원들은 전했다.
파산재단이 해고와 실직으로 형편이 어려운 한진해운 직원을 배려해 사택을 비교적 저렴하게 팔 것이라고 기대해온 입주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취학 아동이나 학생이 많은 입주 직원은 내년 1월 말로 명시된 퇴거 시한까지 타 학군으로 전학하기 쉽지 않은 데다 주변 주택가격도 치솟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매 주체인 하나자산신탁 측은 "감정평가액에 따른 우선 매입가격은 변경할 수 없지만 입주민 요청 시 감정평가 재산정 여부나 우선 매입 권한 등에 대해 채권자인 농협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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