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즈너 교수 전언…"美 대북정책, 말만 넘치고 공개토론이 없다"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카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미 전문가의 우려 섞인 전언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전쟁을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는 우울한 시나리오다.
국제정치학자인 대니얼 드레즈너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백악관 안보팀이 어쩌면 엄포를 놓아 북한을 뒤로 물러나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정말로 군사해법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군사옵션 주장에 대해 백악관이 "제 발등을 찍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드레즈너 교수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동아시아 업무 담당자들에게서 최근 들었다는 미 정부 내 대북파트의 분위기는 꽤 심각하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관료들은 북한이 한반도 무력통일을 시도하려고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것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끌어냈다.
만약 그것이 북한의 목표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군사옵션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드레즈너 교수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팀은 북한을 단념시킬 수 없으며, 따라서 전쟁은 불가피한 결과라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드레즈너 교수는 이런 얘기를 듣고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이 문제에 대한 공개토론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정부에서 이라크 전쟁인 '이라크 자유 작전'을 할 때는 작전 실행까지 미 의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 7개월간 격렬한 토론이 있었는데, 지금은 '수다'만 많을 뿐 눈에 보이는 토론이 없다는 비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퇴역장성 58명은 대북 군사옵션에 반대하며 외교해법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북한의 근본적인 행동 개선 없이는 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인식차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드레즈너 교수는 대북 대화파인 틸러슨 장관의 입지가 좁아지고 강경 매파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드레즈너 교수의 우려대로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던 틸러슨 장관 경질설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WP는 이날 백악관 고위 관료들은 인용해 "틸러슨 장관이 자리에 오랜 기간 머무를 수 없을 것"이라며 경질 임박설을 보도했다. 백악관 내 다수의 참모는 틸러슨 장관이 내년 2월께 물러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한 백악관 관료는 WP에 "틸러슨은 지난번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며 지난 9월 대북 접촉 노력을 강조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시간 낭비 말라'는 트위터 공격을 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나 드레즈너 교수는 여전히 '강압적 외교'가 통할 여지가 있다는 점, 무력충돌이 끔찍한 인명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트럼프 정부의 독단적인 군사옵션 검토에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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