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40대 눈 건강 위험하다…"노안에 녹내장까지"

입력 2017-12-16 08:00  

[건강이 최고] 40대 눈 건강 위험하다…"노안에 녹내장까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주범…실명 위험 커 예방노력 필요
"40세 이후 회사 건강검진 때 안과검사 적극 활용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 눈이 시력을 잃는 과정은 컴퓨터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컴퓨터의 본체와 모니터를 이어주는 연결선이 망가지면 모니터에서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듯, 눈과 뇌를 연결해주는 선(시신경)이 망가지면 시력을 잃게 된다.
이런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가 좁아져 결국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 바로 녹내장이다. 다만, 컴퓨터와 달리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손상의 진행을 멈추게 하거나 느리게 해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녹내장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보통은 눈 안의 압력, 즉 안압이 높아지는 경우에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동양인은 정상안압 상태의 녹내장이 오히려 많은 편이다.



조병주 건국대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 가족력이나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갑상선질환, 근시, 원시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녹내장 발병률이 높다"면서 "심한 빈혈로 쓰러진 경험이 있거나 안구에 외상을 입은 경우, 평소 스테로이드 성분의 안약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도 녹내장 위험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문제는 녹내장을 백내장처럼 50∼60대 이상 고령에 많이 발생하는 안과 질환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녹내장 환자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40대 이하 젊은층의 환자 증가세가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를 보면 2012∼2016년 사이 40대 녹내장 환자 증가율은 31%나 됐다. 또 20대와 30대 환자 증가율도 각각 15%, 18%에 달했다.
학회는 이처럼 40대 이하 젊은층 녹내장 환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을 지목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잦은 근거리 작업이 녹내장의 원인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노안(근시)의 조기 발생과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안과병원의 조사에서는 전체 노안 환자의 40%가 40대로 분석됐다. 또 고개를 오래 숙인 채 스마트폰을 쓰는 자세도 안압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학회는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40대는 여전히 녹내장 조기 진단에 소홀한 편이다.
학회가 지난 3월 30세 이상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0대의 75.3%가 녹내장의 조기 진단을 위해 '연 1회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네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이소연 원장은 "녹내장은 초기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적당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고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변 시야가 좁아져 답답함을 느낄 때는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인 만큼 평소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이가 40대에 들어섰다면 조기발견을 위해 회사 건강검진시 눈 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20∼30대도 고도근시 환자 중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컴퓨터나 스마트폰 작업이 많다면 안저검사와 안압검사를 추가하는 게 좋다.
만일 건강검진에서 녹내장 의심으로 진단됐다면 즉시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녹내장 정밀검진(안압검사, 안저검사, 시야검사, 시신경 섬유층 촬영 등)을 통해 진행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해야만 시신경 손상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녹내장으로 손상된 시신경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지만, 치료를 통해 진단 당시의 시 기능을 유지할 수는 있다. 다만 완치는 어렵고 평생 약을 써야 한다.
약물치료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레이저치료(선택적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 레이저 홍채 절개술)와 수술치료(섬유주절제술, 방수유출장치삽입술 등)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술은 과거에는 성공률이 낮았으나 수술 현미경과 기술 발달로 성공률이 높아졌다.
녹내장학회는 녹내장 예방 생활수칙으로 ▲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보지 않기 ▲ 스마트폰과 적절한 거리 유지하기 ▲ 고개 숙인 자세로 장시간 보지 않기 ▲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받기 ▲ 금연 및 절주하기 ▲ 야채, 과일 챙겨 먹기 ▲ 카페인 음료 많이 마시지 않기 ▲ 한 번에 갑자기 많은 물 마시지 않기 등을 권고했다.
또 운동할 때는 물구나무서기처럼 머리로 피가 몰리는 자세를 피하고 자전거타기, 달리기, 등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 미국녹내장학회가 권고하는 녹내장 예방수칙
① 고지방 육류를 피하고 녹색 채소를 섭취한다.
② 자외선 노출을 피한다.
③ 구강 건강을 잘 관리하고 치주질환이 있으면 치료한다.
④ 적당한 운동과 적정 체중을 유지하라.
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검사하라.
⑥ 40세 이후에는 1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하라.
⑦ 안압이 올라갈 수 있는 물구나무서기나 머리가 밑으로 가는 자세는 피한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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