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낙장 복원 논의하는 학술대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조선 세종이 새문자 한글의 뜻과 운용 규정, 창제 원리 등을 해설한 문헌인 훈민정음 해례본의 낙장 복원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15일 문화재청 주최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지만 1940년 간송 전형필에게 넘어올 당시부터 없었던 낙장의 복원 작업이 여러모로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문화재청이 최근 한신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해례본 정본(定本) 제작에 착수한 이유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대 쟁점 중 하나인 해례본 권두서명(본문 첫머리)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인지 '어제훈민정음'(御製訓民正音)인지를 두고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어제'(御製)는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이미 여러 차례 '훈민정음'을 주장했던 정우영 동국대 교수뿐 아니라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백두현 경북대 교수도 '훈민정음'에 무게를 실었다.
백 교수는 '어제훈민정음'을 고수했던 고(故) 안병희 교수 주장을 검토, "('훈민정음'이라고 적힌) 훈민정음 언해본이 해례본 번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책의 권두서명이 같았다고 본 정우영 교수 판단이 더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종대 찬불가인 월인천강지곡에 '어제'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신하들의 상소를 염려했을 것이라는 안 교수 주장을 두고서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 또한 세조대 간행된 월인석보 권두에 실린 훈민정음 언해본을 분석하면서 권두서명이 '훈민정음'이어야 자연스럽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이날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대종언어연구소의 박대종 소장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훈민정음의 권두서명이 '어제훈민정음'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소장은 "2007년 문화재청이 언해본 정본 작업을 할 때 정우영 교수의 잘못된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언해본의 권두서명에서 '어제'를 삭제하는 실수를 했고 그런 정교수가 2017년 해례본 정본 작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월인석보 내 훈민정음 언해본, 1446년 음력 9월 29일자 세종실록 기록, 국보 제71호인 동국정운의 신숙주 서문 등에 '어제'가 실려있음을 내세워 '어제훈민정음' 론을 고수했다.
정본 제작에 참여 중인 한신대 한재영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본을 확정하기로 하나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 두기로 한다"고만 밝혔다.
한 교수는 복원안 중 가장 견해가 나뉘는 '여위차민연신제이십팔자. 욕사인인사습편어일용이'(予爲此憫然新制二十八字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의 두점(쉼표) 위치를 두고서는 최세화(1997)안에 따라 두점을 안 다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 문장은 세종이 '내 이것을 안타깝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 바라건대 사람마다 배워서 날마다 쓰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라고 밝힌 부분이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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