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선수들이 4월 경기 이후 다시는 그런 경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8개월간 열심히 훈련했다."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광민 감독이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대회 기간 언론 앞에 나서는 기회마다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가 '4월'이다.
올해 4월은 북한 여자축구에 지우고 싶은 나날이었다.
북한은 2011년 독일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당시 일부 선수들에게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015년 캐나다 월드컵 출전이 제한돼 내년 아시안컵과 2019년 프랑스 대회를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4월 평양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로 평가된 한국과 1-1로 비겼고, 결국 한국에 골 득실이 뒤지면서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내줬다.
아시안컵이 월드컵 지역 예선을 겸하는 만큼 월드컵 본선 도전 기회도 물 건너갔다.
도핑 제재로 인한 불참을 제외하면 1999년부터 4회 연속 여자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여자축구 '강호' 북한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EAFF E-1 챔피언십은 명예회복의 기회였다.
1차전부터 중국을 2-0으로 완파하며 상쾌하게 출발했고, 2차전 남북대결에서도 1-0으로 승리했다.
15일 열린 3차전에선 난적인 홈 팀 일본을 2-0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북한의 완벽한 연승 뒤에는 핵심 공격수 김윤미의 맹활약이 있었다.
그는 1·2차전 북한이 기록한 3골을 모두 책임졌고, 일본전에선 결승 골을 터뜨리며 전승을 주도했다. 총 4골로 그는 득점왕에 올랐다.
김윤미를 필두로 한 북한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체력과 스피드, 기술을 모두 '업그레이드'했다.
체력을 바탕으로 한 활동량과 압박뿐만 아니라 개인 기술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2차전에서 맞붙어 본 한국 선수들의 반응도 체격과 속도가 훨씬 좋아졌다는 게 주를 이뤘다.
여기에 4월의 아쉬움을 떨쳐내겠다는 정신력으로 똘똘 뭉치면서 대회 여자부 3연패의 원동력이 됐다.
내년 아시안컵과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는 볼 수 없지만, 동아시아 정상을 재확인한 북한은 2022년 아시안컵과 2023년 월드컵 준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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