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간 지분 거래 도운 대가로 22억원 뇌물 수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거액 수뢰 혐의로 지난해 말 체포됐던 러시아의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전(前) 경제개발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법원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울류카예프가 뇌물 제공자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1억3천만 루블(약 25억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체포 후 1년 넘게 가택연금 상태에서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아온 울류카예프는 선고와 함께 법정에서 체포돼 수감됐다.
울류카예프는 수갑을 차며 "선고가 공정하지 못하다. (항소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항소 계획을 밝혔다.
울류카예프 장관은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기업 '로스테프티'의 또 다른 국영석유기업 '바슈네프티' 지분 인수에 긍정적 평가를 해준 대가로 로스네프티 회장 이고리 세친으로부터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전격 체포됐다.
수사당국은 울류카예프가 로스네프티 측을 협박해 돈을 뜯어냈으며 로스네프티 사무실에서 세친 회장으로부터 현금 달러가 든 바구니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울류카예프는 바구니에 돈이 들어있는지 몰랐으며 선물이 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약 1년에 걸쳐 울류카예프 장관의 전화통화를 감청한 끝에 범죄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울류카예프는 체포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의해 해임당했고 곧이어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현지 언론은 울류카예프가 소련 해체 이후 체포된 최고위 관리이며, 현직 각료 체포는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 사후인 지난 1953년 악명 높은 국가보안위원회(KGB) 국장 라브렌티 베리야 체포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울류카예프에게 씌워진 혐의에 의혹을 제기하며 그가 권력 투쟁의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을 폈다.
세친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임을 누구나 다 아는데 울류카예프 장관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를 협박해 돈을 뜯어낼 리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판결 뒤에도 비판론이 제기됐다.
푸틴 정권에서 10년 이상 재무장관을 지낸 개혁 성향의 알렉세이 쿠드린 '전략개발센터' 소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충격적이고 근거없는 선고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유사한 불공평함에 맞닥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주의 성향의 야블로코당 당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도 "61세의 전 장관을 8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것은 겁주기 목적"이라며 "넴초프(저격당한 전 야권 지도자)처럼 되거나 울류카예프처럼 되거나 결과는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