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틸러슨-北 자성남, 면전에서 설전…안보리, 비핵화 한목소리
미일, 더강한 압박 강조…중러, 대화 촉구하며 '군사행동' 경계
(유엔본부=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과 미국이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정면 충돌했다.
'비확산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측의 비핵화를 강력히 촉구했지만,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며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이날 북미 간 충돌은 북측이 전날 이례적으로 이해 당사국으로서 안보리 회의 참석을 신청하면서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먼저 발언에 나선 틸러슨 장관은 최근 북측과의 '조건없는 대화'를 주장했던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위협적 행동의 지속적 중단(sustained cessation)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대화의 문을 여전히 열어놓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의 전쟁을 추구하거나 원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평양 정권이 세계를 인질로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방어를 위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분명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1차 발언이 마무리된 후 발언권을 얻은 자성남 대사는 '사실상 핵보유국'을 재천명하며 미국 등의 비핵화 요구를 일축했다.
자 대사는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며,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라면서 "비확산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무기와 (관련) 기술의 불법적인 이전을 막을 절대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틸러슨 장관과 12월 안보리 의장국 자격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역시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조현 외교부 제2차관이 각각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심각한 위기에 있으며 대화채널이 시급하다는 인식에는 대체로 견해가 일치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더 강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적 군사동행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 한국은 본부에서 장관급이나 차관급이 나온 데 비해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차석대사와 대사가 참석해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주도한 북한 압박 논의에 의식적으로 거리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노 외상은 "국제사회가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오해가 충돌로 확대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남북 간 및 군사 당국 간 채널을 포함해 북한과 즉각 소통채널을 재건,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나와 "관련 당사국이 군사훈련과 무력시위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미국 등을 겨냥하면서 "통제 불능 상황으로 가는 한반도에서의 긴장 격화는 누구의 이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만 평화에 대한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면서 "협상 가능성은 여전하며, 무력사용 옵션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북한은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느끼는 한 결코 핵 프로그램을 자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확실하다"면서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훈련을 거론하며 "이 같은 모든 조치는 평화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입장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한다"면서 미국을 겨냥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