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주 단행…미얀마 압박용이나 군최고사령관 등은 아닌듯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60만 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을 유발한 미얀마군의 로힝야 반군 토벌작전을 '인종청소'로 규정한 미국이 조만간 책임자에 대한 표적제재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16일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로힝야족 탄압의 책임자에 대한 표적제재를 계획 중이며, 최소 1명의 제재 대상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엄청난 수의 국경 이탈 난민을 유발한 지난 8월 공격 이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1명의 제재 대상을 확정했으며,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다른 개인들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확정된 제재 대상이 누구인지 또 제재가 언제쯤 이뤄질지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쯤 제재 대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탄압을 '인종청소'로 규정했던 틸러슨 장관은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성공하기를 원한다. 이번에 발생한 특수한 위기는 미얀마가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실전 시험"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제재는 로힝야족 학살과 탄압을 부인하는 미얀마 정부를 압박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미국 고위 관리들의 전언이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제재는 미얀마 당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을 비롯한 미얀마군의 최고위층을 겨냥하지 않을 것이며,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해제한 광범위한 제재를 부활하는 수준도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얀마 경찰이 로힝야 인종청소 문제를 보도해온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을 최근 공문서 불법 취득 혐의로 체포한 것을 비판하고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8월 2차례에 걸쳐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경찰 초소를 습격했고,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토벌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65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토벌작전을 빌미로 살인, 방화,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고,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하고 미얀마군에 대한 제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얀마 정부와 군은 이런 주장이 조작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최근 난민 송환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1월께부터 본격적인 송환 작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난민 송환 허용 조건과 송환된 난민 처리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난민들은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을 경우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