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애초 원고엔 있었으나 빠져"…NYT "명백한 유턴"·더힐 "자체검열한 듯"
틸러슨, 외교 해법 강조하며 기존 입장도 놓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북한은 스스로 노력해서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만 한다"고 발언한 배경에 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회의에서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위협적인 행동의 지속적 중단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불과 3일 전 틸러슨 장관이 "날씨 이야기라도 좋다. 일단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고 했던, 다시 말해 '전제조건 없는 첫 만남'에 방점이 찍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발언이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놀라운 회유성 발언(사흘전 발언을 지칭)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룬다"며 "명백한 유턴(U-Turn)"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틸러슨 장관이 이번 주 초에 보여준 태도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틸러슨 장관의 안보리 발언은 앞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하겠다던 그의 표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기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더 힐은 애초 배포된 틸러슨 장관 연설 초안에는 '조건없는 대화'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그가 자체 검열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FP통신도 미리 준비된 원고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전제 조건없는 대화 제안을 반복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안보리 회의 발언에서는 이 문구가 빠졌다고 전했다.
빠진 이유가 무엇인지는 명확치 않으나 외신들은 틸러슨 장관이 자신의 유화 발언에 대해 백악관과 다른 입장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백악관은 지난 12일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 직후 성명을 내 "북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국무부 대변인도 "틸러슨 장관과 국무부, 백악관의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WP는 15일 또다른 분석 기사에서, '전제조건 없는 대화'라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명의 핵심 참모들을 화나게 했으며, 발언의 파장을 수습하기 위해 백악관 이메일과 전화통이 불이 났었다고 전했다.
또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 참모진들로부터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는 등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WP는 덧붙였다.
따라서 틸러슨 장관이 이날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이 '스스로 노력해서'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earn its way back to table)"고 강조한 것도 '전제조건 없는 대화'라는 발언에서 빚어진 혼선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먼저 도발을 중단하고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이날 여전히 외교적 해법이 중요하다면서 기존 입장에서 물러난 게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발언을 통해 시사한 바와 같이 대화 채널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대화 채널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고, 그 문이 어디 있는지도 안다"면서 "그들이 대화를 원할 때 걸어 들어올 문을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양립 불가능한 두 정책을 추구하며 힘을 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라 래프-후퍼 예일대 로스쿨 중국센터 수석 연구 학자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틸러슨 장관이 두 개의 다른 정책 사이에서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 내 다른 생각들이 소름 끼치기 때문에 외교를 특별히 강조하는 것 같은데, 그의 임기는 아마도 매우 짧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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