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나라(奈良)현에 사는 외국 국적 남성 A(46)씨는 지난 2004년 동갑내기 일본인 아내 B씨와 결혼했다. 둘은 아이가 생기지 않자 2009년부터 불임 치료를 받으면서 수정란을 냉동해 보관했다.
이후 부부는 사이가 나빠져 별거를 했고, 2014년 B씨는 A씨 동의 없이 수정란을 이식받아 이듬해 4월 여자 아이를 낳았다. 두 사람은 같은 해 10월 이혼을 했다.
A씨는 태어난 여자 아이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로 동의해 수정란을 만들었지만, 임신에는 동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작년 10월 법원에 친자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불임 치료 관련 의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이런 법적 다툼이 일본 내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16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나라가정재판소는 전날 A씨가 아이의 친부가 맞다는 판결을 내리며 아내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아버지의 동의는 없었지만 당시는 혼인 중이었기 때문에 법률상 친자 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동의가 없더라도 처가 혼인 중 임신한 아이는 남편의 아이다'라고 추정하는 민법 규정을 적용했다.
법원은 수정란 이식 당시 부부가 별거 중이었음에도 함께 여행을 가는 등 부부 상태가 상실되지 않았다는 점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에서 남성 A씨 측은 "별거 중 동의 없이 수정란을 이식해서 생긴 아이로, 부부관계가 파탄이 난 상황이었던 만큼 내 아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반면 B씨는 "친자 관계가 부정되면 부양과 상속 등이 인정되지 않으니 아이에게 중대한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재판은 체외수정 등 불임 치료 시술이 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비슷한 종류의 재판은 오사카(大阪)에서도 진행 중이다.
소송사실이 알려진 뒤 수정란을 만드는 행위와 임신(이식)에 동의하는 행위 중 어떤 행위가 친자 관계를 성립하는데 중요한지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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