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흑인 대학살에 유엔개입 필요" vs "관할권 없다" 공방

입력 2017-12-16 13:06  

"美시카고 흑인 대학살에 유엔개입 필요" vs "관할권 없다" 공방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흑인 다수 거주지역의 총기 폭력 실태와 열악한 삶의 조건을 "흑인 대학살"에 비유하며 유엔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어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 쿡 카운티의 리처드 보이킨 위원은 전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오스카 페르난데스-타란코 유엔 사무국 평화구축지원실 사무차장보를 만나 시카고 흑인 다수 거주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조용한 대학살'(quiet genocide)을 저지하기 위한 유엔 개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보이킨 위원은 시카고의 고질적 문제들이 지방정부와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유엔은 소수 민족 보호를 위해 행동해왔다. 투치족과 후투족의 전쟁(르완다 내전)에 평화유지군을 파병, 생명을 구제하고 유혈사태를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이 시카고 흑인사회를 위해서도 무슨 조치든 취해야 한다"며 "흑인은 시카고 인구의 30%에 불과하지만, 총기 폭력에 목숨을 잃는 사람의 80%가 흑인이다. 흑인사회가 완전히 황폐화됐다"고 호소했다.
올들어 시카고에서는 총 3천454건의 총기사고가 발생, 603명이 숨지고 2천851명이 부상했다. 총격 외 폭력을 포함하면 살인사건 피해자는 지금까지 652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은 "유엔은 시카고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이킨 위원이 시카고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市)·주(州)·연방 당국자들과 협력을 꾀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자 보이킨 위원은 "사실과 수치들을 확인해 보면 시카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분명 흑인 대학살"이라면서 "이같은 일이 제3 세계에서 발생했다면 유엔은 이미 평화유지군을 파병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흑인 밀집지구의 총기 사고율 뿐 아니라 '식품 사막'(건강식품 사각지대), 의료 지원 격차, 약물 남용 위기, 그리고 대공황 수준의 실업률 등이 이를 증명한다"며 "이같은 삶의 조건들이 흑인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서로를 파괴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람 이매뉴얼 시장은 우범지대에 경찰 1천명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보이킨 의원은 "지금까지 경험으로 미뤄볼 때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며 유엔 관리가 직접 시카고에 와서 폭력 피해자들과 만나고 평화 유지 노력을 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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