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운 남자 아이스하키, 평창 이변 가능성 확인

입력 2017-12-1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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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운 남자 아이스하키, 평창 이변 가능성 확인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등 세계 강호와 기대 이상 선전
1라인 파괴력·골리 달튼 경쟁력 입증…페이스오프·파워플레이는 과제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내년 2월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강호들과 치른 모의고사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대회를 3전 전패로 마쳤다.
세계 랭킹 21위인 한국은 캐나다(1위)와 1차전에서 2-4로 패한 데 이어 핀란드(4위)와 2차전에서 1-4 패, 스웨덴(3위)과 최종전(3차전)에서 1-5 패를 당했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으나 이 정도의 결과를 낸 것만으로도 이미 놀라운 성과다.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모두 한국이 한번 싸워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세계 톱클래스의 팀이다.
대회 시작 전만 해도 두 자릿수 점수 차 패배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3경기에서 모두 한 차례씩 리드를 잡는 등 기대를 뛰어넘는 선전을 거듭했다.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적응력을 키운 것 역시 적지 않은 소득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마지막 스웨덴전에서 가장 큰 점수 차로 패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채널원컵 3경기 중에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1라인의 위력을 확인한 것과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이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평창에서 이변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1라인에 속한 김기성-김상욱(이상 안양 한라) 형제와 마이크 테스트위드(하이원)는 모두 골 맛을 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골리 달튼은 3경기에서 155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143개를 막아내며 세이브 성공률 0.923을 기록하는 철벽을 과시해 평창 동계올림픽 본선 전망을 밝혔다.
세계적인 강호들과 비교해 개인기와 조직력에서 밀리는 한국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압박이 무기다.
상대 진영에서부터 헌신적인 압박으로 역습의 발판을 마련한 뒤 순식간에 수적 우위를 점해 득점 기회를 노리는 방식이다.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압박에 압박을 더할 것을 주문했고,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뽑은 4골 중 대부분이 이러한 강력한 포어체킹에 이은 역습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거침없는 역습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달튼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한국은 북미와 북유럽 선수들에게 힘에서 밀리며 페이스오프에서 퍽을 따내는 데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일단 퍽을 빼앗긴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비 위주로 경기 양상은 흘러갔다.
아이스하키에서 가장 득점 확률이 높은 파워플레이(상대 페널티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에서 세밀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 점도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8번의 파워플레이 기회를 맞았으나 단 한 번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백 감독은 이번 대회를 결산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로 첫 번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 경기를 치르며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스웨덴전에서는 선수들이 경험이 쌓이고 강팀을 상대로 잘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지며 이전 경기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19일 귀국해 해산하며, 내년 1월 초 평창 올림픽 본선을 겨냥해 소집돼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갈 계획이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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