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을…송은미술대상展

입력 2017-12-17 11:00  

젊은 작가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을…송은미술대상展
김영은·안정주·오민·진기종, 송은아트스페이스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조용한 골목이 '소리'로 가득 찼다.
송은문화재단이 젊은 미술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제17회 송은미술대상전이 15일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막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대상을 가리기 위한 최종 심사 과정이기도 하다. 재단은 전시 중인 내년 1월 한 명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 수상작가인 김영은·안정주·오민·진기종 작품을 감상하면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소리'다.
김영은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4층은 오디오 리스닝룸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반대편 다섯 대의 확성기에서 발산하는 '우움 풉' 하는 소리가 귀에 사정없이 내리꽂힌다('총과 꽃').



작가는 사랑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선동 도구로 쓰이는 점에 주목한다.
'발라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마스 휴전'을 끌어낸 스코틀랜드 민요를 들려준다.
재생 매체는 과거에는 군사통신장비였지만 이제는 대중음악 악기로 쓰이는 보코더다.
작가는 소리와 그 물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송은 전시에서 '폭력과 소리'를 파고든 이유로 작가는 인터뷰에서 "대북방송 뉴스를 보다가 사랑 노래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면서 "소리가 선전이나 전쟁 도구로 쓰이는 점에 관심이 갔다"고 설명했다.



한 층 아래에서는 음악의 구조와 형식 등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작업을 해온 오민 작가의 영상 '오성부'(Five Voices)를 감상할 수 있다.
피아노와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올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작가이기도 하다.
쉼 없이 움직이는 두 손, 등을 돌리고 앉은 모습, 멍하니 앉아 어딘가를 쳐다보는 얼굴, 무언가를 쌓는 동작, 배경의 소리까지 다섯 캐릭터가 3채널로 구성된 작품을 구성한다.
송은아트스페이스는 "작가는 독립적인 여러 개의 선율이 수평적으로 흘러가는 다성음악의 원리를 사용해 다섯 캐릭터(몸 전체·얼굴·손·물체·소리)의 대응을 시도하고 이들의 관계를 주시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각각 다섯 캐릭터, 즉 성부가 어떤 내러티브를 가지는지 보면 좋을 것 같다"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해도 감각 차원에서 소통할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정주 작가는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킨다는 신화 속 '사이렌'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질주하는 차들 사이로 위태롭게 선 교통유도 로봇, 정신없이 명멸하는 조명,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범벅된 영상은 불안하면서도 환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사람과 너무 닮은 교통유도 로봇을 보면 괴기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금지된 상황에 도취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장 생산라인에서 부딪히는 소주병들의 소음을 비틀스 '오블라디 오블라다' 멜로디로 재현한 '더 보틀스'(2007) 등 이미지와 사운드를 재배치하는 실험을 해온 작업의 연장이다.



진기종 작가의 작업만큼은 소리에 묶이지 않지만,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탐색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가짜 곤충미끼를 활용하는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작가는 곤충미끼를 제작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전시장에 펼쳐 놓았다.
작가는 "가짜이지만 진짜 같고 진짜이지만 가짜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라면서 "이번에는 자연생태학적으로 접근했다"라고 설명했다.
바늘, 실, 깃털 등으로 가득 찬 책상, 곤충과 물고기를 세밀하게 그린 수채화, 플라이 낚시 과정을 촬영한 사진 등은 낚시라는 행위가 예술적 의미를 띠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시 문의 ☎ 02-3448-0100.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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