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발견 잦은 '그람 음성균' 4명 중 3명에서 검출
'폐렴·패혈증 쇼크' 가능성 있지만 '동시다발 사망'엔 한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질병관리본부가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이 세균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들의 사망원인을 찾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 당일 시행했던 혈액배양검사에서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병원 측이 사망한 3명의 신생아한테 특정 증상이 나타나자 자체적으로 혈액을 뽑아 검사를 시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1명은 당시 검사를 할만한 증상이 없어 혈액을 채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들한테서 나온 세균의 균종이 이틀 후인 20일에나 최종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 세균이 '그람 음성균'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세균이 그람 음성균일 경우 신생아의 사망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람 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나 신생아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의 2차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감시와 처치가 요구되는 세균이다.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이 그람음성균에 속한다.
그람 음성균은 환자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병원에서 종종 발견된다. 국내 연구팀이 2012년 서울과 경기지역의 6개 유명 대학병원 로비에서 세균 오염도를 측정한 조사에서는 그람음성균이 전체 76개 시료 중 84.2%(64개)에서 검출됐을 정도다.
여기에다 이번에 숨진 아이들은 모두 면역력이 떨어지는 미숙아 상태였고,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이런 세균 감염이 충분히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폐렴이나 패혈증 쇼크 등을 추정해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신생아들한테 폐렴 증상이 집단으로 발생해 사망위험을 초래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또 세균 감염으로 미숙아의 폐가 기흉처럼 급작스럽게 터져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관련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숙아의 특성상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패혈증 쇼크'도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람 음성균이 숨진 4명 중 3명의 미숙아에게서만 확인됐고, 4명이 81분 새 동시다발적으로 숨진 점을 세균 감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동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미숙아 생태에서는 어떤 균종이든 세균 감염 자체가 아이한테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최종 혈액배양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4명 모두에 대한 검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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