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부유해진 중국 관광객이 세계 곳곳을 누비는 가운데 중국 항공사의 여객기가 남극까지 발을 디뎠다.
18일 환구망에 따르면 지난 16일 밤 중국인 관광객 22명을 태운 하이난(海南)항공 여객기가 홍콩에서 출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거쳐 총비행 21시간 만에 남극 기지의 한 설원 활주로에 착륙했다.
중국 민영 항공기의 첫 남극 착륙이다.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이색 경험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남극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하이난항공 측은 이번 남극 항로 개척을 위해 10년의 연구검토를 거쳐 이착륙을 시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여객기의 첫 남극 착륙을 계기로 중국은 앞으로 남극 관광항로를 만들어 독자적인 남극 관광단을 조직할 수 있게 됐다. 남극으로 여행을 가는 중국인은 지난 10년 사이 40배나 폭증하며 올해 남극에 간 중국 관광객은 5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중국 여행사들도 앞다퉈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유층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남극 마라톤, 사진촬영, 결혼식 상품도 나왔다.
그간 중국인의 남극 여행은 여름철인 11월부터 3월 사이에 자국 내에서 관광단을 조직한 다음 외국 회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패키지상품당 7만∼16만 위안(1천150만∼2천630만원 상당)을 내고 대부분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배를 타고 남극반도로 가는 노선이었다.
하지만 남극관광 운영자격을 가진 수백 척의 남극 유람선 가운데 중국 선박은 한 척도 없었고, 남극 노선을 오가는 항공편에도 중국 여객기는 없었다.
하이난항공 관계자는 "중국인 남극 여행객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지만 남극의 관광자원이나 관광규칙, 제도에 대한 아무런 발언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번 항로 개설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은 1985년 남극 킹조지섬에 첫 번째 과학기지 '창청'(長城)을 건설한 이후 중산(中山), 쿤룬(昆侖), 타이산(泰山) 등 네 곳의 기지를 운영하며 다섯 번째 기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40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0회 남극조약 협상회의와 제20회 남극 환경보호위원회 회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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