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동안 배구인으로 살아온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단장으로도 우승하고 싶었는데…조금 떨어져서 응원하겠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제 저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야죠."
신치용(62)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이 '52년 배구인생'을 마감한다.
새로운 단장이 선임되고, 인수인계가 끝나면 상임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는 신 단장은 1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선수, 코치, 감독, 단장으로 52년 동안 배구인으로 살았다"며 "이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성화재 배구단과 한국 배구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15일 "단장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일해달라"는 그룹의 요청을 받았다.
주말 동안 집에 머물며 생각에 잠긴 신 단장은 "이젠, 배구장에 가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2015년 5월 삼성화재 감독에서 물러나 단장으로 부임한 신 단장은 "훈련은 감독에게 맡긴다"고 결심했고, 경기가 열리는 날에만 코트를 찾았다. 감독 등 코치진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문으로 물러나면 경기장에도 찾지 않을 생각이다.
신 단장은 "이제 나는 정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만 해야 한다. 새로 오실 단장님과 현재 팀을 이끄는 코치진이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인수인계가 끝나면 신 단장은 배구단 사무실이 있는 용인 삼성 트레이닝 센터를 떠날 계획이다.
그래도 삼성화재 배구단에 대한 애정은 줄지 않는다.
신 단장은 "삼성화재 배구단의 역사를 지켜봤다. 이 배구팀과 배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고, 누구보다 삼성화재 배구단을 사랑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코트에는 보이지 않는 고문으로 꼭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52년 배구인생을 정리하는 시간, 신 단장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오간다.
그는 "60대까지 배구단에서 일한 건, 큰 행운이다. 배구에 전념하게 해준 삼성화재에 깊이 감사한다"며 "내가 '생각한 것은 꼭 해야 하는 사람'이라서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와 함께 일한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배구인으로 살며 단 하루도 편하게 쉰 적이 없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라 마음이 가볍긴 하다"면서도 "너무 시간이 많아지면 당황할 것 같긴 하다"고 웃었다.
2017-2018시즌 소망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 단장은 "감독으로는 V리그 챔피언결정전 7연패도 달성해봤지만, 단장으로는 우승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시즌 중간에 팀을 떠나게 돼 아쉽다"며 "조금 멀리 떨어져서도 삼성화재의 우승을 기원하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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