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구금·감시"…中 소수민족 위구르족의 숨막히는 삶

입력 2017-12-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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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구금·감시"…中 소수민족 위구르족의 숨막히는 삶
"경찰에 끌려간 아들의 생사도 모른다"…AP 통신 현지르포
위구르족, 15∼55세, 매일 기도에 벌점…점수 낮으면 세뇌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테러 소탕을 명분으로 위구르족에 대한 세뇌(洗腦)와 구금, 물샐 틈 없는 감시로 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다."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분리독립을 추구하면서 중국 당국이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중국 서부 신장(新疆)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의 실태에 대해 AP 통신은 위구르족과의 인터뷰, 관련 문서 확인, 해당 지역 탐사를 거쳐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AP 통신 기자는 최근 이집트로 유학 갔다가 귀국한 직후 경찰에 끌려간 한 위구르족 유학생의 엄마를 찾아갔다.
기자가 내미는 사진을 보자마자 "그 아이가 맞다"며 눈물을 왈칵 쏟은 엄마는 "7개월 만에 아들과 관련해 처음으로 듣는 소식"이라며 생사를 물었다.
이 학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친구들은 그가 해외여행을 했거나 유학했을 뿐인데 이유로 극단주의 사상을 가진 이들과 함께 정치범으로 몰려 재판도 없이 비밀 구금시설에 투옥된 수천 명 또는 수만 명 가운데 1명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실종 사태는 지난해부터 대규모로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위구르족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구금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모든 위구르족을 잠재적인 테러 용의자로 보면서 외국에 있는 가족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심문 또는 구금 위험에 노출된다.
중국 당국은 3개월에서 2년간 이뤄지는 구금 프로그램을 '직업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위구르족이 국가에 충성하고 극단주의자를 고발하도록 '세뇌'하는 게 주목적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한 캠프에는 '감옥'이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2곳도 무장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서는 도심이나 군부대 옆에 있었다.
미국에 본부를 둔 활동가 등에 따르면 신장지구의 수도인 우루무치(鳥魯木齊) 지역에서는 주민에게 100점을 부여한 뒤 위구르족, 15∼55세, 매일 기도, 종교 교육 등을 이유로 10점씩 벌점을 줘 믿을 만한 사람, 보통, 못 믿을 사람으로 분류한다.
이런 식으로 벌점이 쌓여 점수가 낮아지면 세뇌 시설로 끌려간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통제 범위를 해외로까지 확대했다.
한때 위구르족에게 이슬람 교육의 안식처였던 이집트는 위구르족 수십 명을 중국으로 추방했다.
이집트에서 친구들이 중국과 현지 경찰을 피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1주일간 차 안에서 지냈다는 우루무치 출신 유학생은 "경찰은 고양이였고, 우리는 생쥐였다"고 당시의 공포를 떠올렸다.
중국에서 걸려온 가족의 전화를 받고 귀국한 유학생들은 여지없이 추궁받았고, 많은 학생이 세뇌 시설로 끌려갔으며 구금됐다가 숨진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은 신장지구에 경찰이 쫙 깔렸고, 최첨단 디지털 감시 시스템이 위구르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감시한다고 전했다.
허톈(和田)시의 경우 500m 간격으로 초소 1천130개가 설치돼 경찰이 도보 순찰을 하고 있으며 40대 이상의 무장 차량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신장 자치구에 배치된 주민 수 대비 경찰력은 광둥성의 40대 이상으로 옛 동독이 붕괴하기 전보다 더 촘촘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허톈시에서 상점에 들어가는 모든 손님은 금속 탐지기를 통과한 뒤 여권을 보여주고 안면 인식 스캐너를 거쳐야 한다.
신장 자치구의 한 지역에서는 모든 차에 GPS 추적기를 달도록 했고, 인터넷이나 전화에서 테러 관련 사진이나 목소리를 자동 포착하는 프로그램이 신장 자치구에 도입됐다고 AP는 밝혔다.
중국 당국은 또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빙자해 신장자치구 주민의 DNA를 수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DNA 샘플을 채취하고 있는 현지 경찰은 연간 수백만 개 DNA 샘플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갖췄다.
이처럼 위구르족을 옥죄는 활동은 지난해 부임한 천취안궈(陳全國) 신장 자치구 서기가 "위구르족 분리주의자들을 잡아내고 테러리스트들을 인민 전쟁의 바다에 묻어 벌벌 떨게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본격 진행됐다.
이 때문에 올해 신장 자치구의 치안비용은 1년 전보다 50% 증가해 약 68억 달러(7조3천977억원)에 달한다. 신장 자치구에서 위구르족의 폭동으로 거의 200명의 한족이 숨진 2009년의 4배로 늘었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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