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중요성 역설…재외공관장 '갑질' 관행 개선도 주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재외공관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마음을 얻는 외교'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주 중국 국빈방문 때 '역지사지(易地思之)' 외교를 통해 관계 복원의 성과를 얻은 문 대통령이 이를 정부 전체의 외교 기조로 반영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재외공관장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주재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외교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마음을 얻는 외교'의 예로 지난달 동남아 순방 당시 대사가 현지어로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읊으면서 주재국 국민과 마음을 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들었다.
이 같은 예시는 문 대통령이 방중 당시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중국에 도착한 당일이 난징대학살 80주년임을 고려해 공항에 영접 나올 예정이던 노영민 주중대사를 난징 추모 행사장에 가게 하는가 하면 베이징대 연설에는 양국의 역사를 꼼꼼이 되짚고 '동질성'을 부각시키며 중국을 바짝 껴안았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마음을 얻는 외교를 강조한 것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감행하고 미·일·중·러 등 열강의 틈에 끼어 외교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로 국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 외교는 힘이나 돈에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는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며 '사람 중심 외교'를 구현하는 데 힘써 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외교 현장은 이익과 이익이 충돌하는 총성 없는 전쟁터지만 결정적 순간에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는 것은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최근 문제가 된 재외공관장들의 '갑질' 관행 등 비위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재외공관장들의 갑질 관행은 현지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외교부 기강을 무너뜨리고 피해 당사자에게도 고통을 주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지난 8월에 20일 동안 집중 신고를 받아서 '재외공관 갑질행위'를 조사해 이중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폭언하거나 관저 요리사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제안한 공관장 등을 중징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재외공관은 갑질하거나 군림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재외공관의 관심은 첫째도, 둘째도 동포들과 재외국민의 안전과 권익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폐쇄적이라고 평가받는 외교부의 혁신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뜻을 밝히면서 재외공관장의 사기를 북돋우는 데도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 외교가 국력이 비슷한 다른 국가, 폭증한 외교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만으로 여러분의 사명감과 책임감에 의존해 왔다"며 "국력과 국격에 걸맞은 외교 인프라 확충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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