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민노총 당사 기습점거에 '고심'…섣부른 대응 자제

입력 2017-12-18 16:55  

민주, 민노총 당사 기습점거에 '고심'…섣부른 대응 자제
20일 최고위서 대응방침 정할 예정…농성 장기화 불가피할 듯
노동계 존중 기조 속 '촛불청구서' 밀려올까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민주노총이 여의도 당사 당 대표실을 기습 점거하자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수배 중인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당사 점거를 양해하기도,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 퇴거시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히 촛불 시위와 정권 교체 과정에서 '우군' 역할을 한 노동계와의 관계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하면서도 이번 당사 점거를 신호탄으로 해 '촛불청구서'가 밀려들어 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우선 민주노총의 당사 점거를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으로 인식하고,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등 섣부른 대응을 경계하고 있다.
이춘석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는 20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안건으로 보고하고, 점거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 방침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여당이 된 뒤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민주당 당 대표실에서는 이영주 사무총장 등 민주노총 관계자 4명이 연좌 농성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무총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집회와 5월 1일 노동절 집회 등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이후 2년 넘게 수배 생활을 해왔다.
이들은 이번 농성에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양심수의 전원 석방, 이영주 사무총장의 수배 해제,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화 노력은 이어가겠지만, 단시간에 우리 재량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요구들이 아니다"며 "점거농성 장기화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노동계 인사들이 민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2월 철도노조 최은철 사무처장 등 노조원 2명은 민주당 당사에 진입해 신변보호와 함께 철도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며 보름가량 시위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수배 중인 노조원의 은신을 두둔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농성은 민주당의 위치가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었고, 농성자들도 여당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각종 현안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4년 전과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의 지분을 주장하는 각계각층의 '촛불청구서'가 차례로 밀려들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문재인 정부는 우리가 탄생시킨 정부인데 왜 요구를 들어주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며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민주노총이 제시한 의제 중 하나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과 관련, 당 안팎의 이견을 조율하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타협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주 실무자들이 양대 노총 관계자들을 다 만나 입장을 들었다"며 "노동계와 재계 사이에서 접점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은 "노동계는 법 개정안의 내용보다도 정치권의 협의 노력과 절차에 관해 더 큰 아쉬움을 표현했다"며 "이번 농성도 그런 이해 속에서 노동계를 존중하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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