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국 군용기 방공식별구역 진입, 가볍게 볼 일 아니다

입력 2017-12-18 20:28  

[연합시론] 중국 군용기 방공식별구역 진입, 가볍게 볼 일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해 우리 군 전투기 편대가 긴급 출격하는 소동이 또 벌어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5대가 이어도 서남방에서 접근해 KADIZ에 들어온 것은 18일 오전 10시 10분께다. 이들 군용기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들어가 비행하다가 다시 이어도 서방 KADIZ를 경유해 중국 쪽으로 빠져나갔다. H-6 전략폭격기·J-11 전투기 각 2대와 TU-154 정찰기 1대가 동원됐는데 기종에 따라 KADIZ를 벗어난 시간은 달랐다. 하지만 가장 늦은 정찰기의 경우 오후 1시 47분께 벗어났다고 한다. KADIZ를 거쳐 JADIZ에 진입하고 그 역순으로 돌아가기까지 최장 3시간 37분 동안 두 나라 방공식별구역 안을 비행한 셈이다. 우리 군은 KADIZ 진입 8분 전에 중국 군용기들의 접근을 포착해 F-15K·KF-16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켰고,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경계비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초순에도 폭격기 등 중국 군용기 12대가 KADIZ 안으로 들어왔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무단 진입이 작년 한 해에만 수십 회에 달했다고 하니 거의 일상화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방공식별구역은 외국 항공기의 영공 무단 침입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확인 항공기를 식별하고 추적·감시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이다. 그러나 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군용기든 민간항공기든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면 24시간 전에 해당국 군 당국의 허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중국 군용기들은 그런 사전 조치 없이 KADIZ에 진입했다. 우리 군 당국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진입'이란 표현을 쓰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침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 군의 대응 조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중국 군용기들의 항적을 포착한 즉시 MCRC(중앙방공통제소)와 중국 지난(濟南) 군구 방공센터 사이에 설치된 핫라인을 통해 중국 군용기란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측은 "일상적 훈련이고, 한국 영공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회신했다고 한다. 중국 측의 정확한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항적을 따져보면 우리보다 일본 측 방공식별구역 비행을 의도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13년 12월 KADIZ를 이어도 남쪽으로 확대했다. 그 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확대로 중첩하는 구역이 생기자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핫라인 등 대화 채널을 가동 중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처럼 우리 측의 사전 동의도 받지 않고 KADIZ에 진입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럴 거면 나라마다 방공식별구역을 설치하는 의미가 없다. 반대로 우리 군용기가 '영공은 침범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말을 하면서 중국 방공식별구역을 안방처럼 드나들면 어쩔 것인가. 가정이기는 하지만 중국도 우리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결과만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매번 그러리라고 마음을 놓은 수는 없다.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게 국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삼국의 항공식별구역이 뒤엉켜 우발적 충돌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역이다. 중국은 우리 방위체계에 혼란을 조장하고, 정부 간 상호 존중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KADIZ 침범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할 게 아니다. 국방의 측면을 봐도 그렇지만 국격의 훼손도 간과할 수 없다. 적절한 외교 경로를 찾아 중국 측에 엄중하게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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