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우파-극우 연립정부로 출범한 오스트리아 새 정부가 오스트리아와 민족적, 역사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주민들에게 오스트리아 이중국적을 허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이탈리아에 파문이 일고 있다.
18일 이탈리아 ANSA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연정의 파트너인 극우 자유당 소속 베르너 노이바우어 의원은 "남티롤 주민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늦어도 2019년 초부터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티롤은 알프스 산맥을 사이에 두고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의 자치구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별칭으로, 인구 약 52만명의 70%는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다.
자유당 내에서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와의 관계를 담당하는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는 노이바우어 의원은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남티롤의 게르만계 주민들에게 시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향후 이 지역 출신 선수들은 올림픽 등 국가 대항전에서 오스트리아를 대표해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새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이탈리아는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베네데토 델라 베도바 외무차관은 "인종적, 국가주의적 기반을 근거로 이중국적을 인정한다는 오스트리아 새 정부의 제안은 다문화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열린 유럽'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 역시 "유럽은 현재 많은 단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가주의적 시대를 종결했다"며 오스트리아 새 정부의 제안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스브루크를 주도로 하는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과 볼차노를 주도로 하는 남티롤은 원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였으나 1차 대전 이후 남부 지역이 이탈리아에 귀속되며 나뉘었다.
브레너 고개를 관통하는 터널을 통해 서로 이어져 있는 두 지역 모두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해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남티롤 주민 일부는 티롤이 나뉜 것은 파시스트의 유산이라며 통일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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