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 '경제적 과실'을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식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18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중국 당국이 미 의회에 은근히 '침투'해 지역구 사업 유치 등에 목매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지원 손길을 뻗친 뒤 인권 탄압 등 아픈 대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선을 물타기 하는 통로로 이들 정치인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기고문에서 "중국 공산당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노력의 하나로, 경제적 인센티브와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사항을 대담하게 결합하고 있다"며 중국 측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사례로 스티브 데인스(공화·몬태나) 상원의원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로긴에 따르면 지난달 2억 달러(약 2천177억 원) 규모의 몬태나산 소고기의 중국 수출 판로를 뚫는 데 어렵사리 성공한 데인스 의원은 지난 5일 중국 대사관 측 요청으로 티베트 지역을 관리 감독하는 중국 공산당 간부 사절단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데인스 의원은 리커창 중국 총리 등에게 스테이크 선물을 보낼 정도로 지역구에서 생산된 소고기 수출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같은 기간 이뤄진 티베트 망명정부의 롭상 상가이 총리의 워싱턴DC 방문 효과를 희석하려는 중국 당국 측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게 로긴의 주장이다.
미 상원 동아태 소위의 '중국의 티베트 탄압' 청문회 하루 전 열린 데인스 의원의 행사에는 존 바라소(공화·와이오밍) 의원도 함께 참석했는데, 중국 인민일보는 이튿날 "미국 상원의원들이 티베트에 있는 중국 관리들이 환경 보호 및 전통문화 보존 분야의 일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칭찬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앞서 데인스 의원은 워싱턴DC에 있는 중국 대사관 앞 거리를 작고한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이름을 따 바꾸려고 한 법안에 대해서도 다른 의원들에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로긴은 전했다.
로긴은 "이 일화는 중국이 정권에 대한 비판의 날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서구사회의 정치인들을 구워삶은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대진영 인사들이 외국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중국 당국 행태의 단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상가이 총리는 "어디를 가든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내 뒤를 밟으며 외국 정부 관계자가 나를 만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다"고 자신에게 토로했다고 로긴은 전했다.
데인스 의원실은 로긴에게 중국의 인권 탄압 등에 '눈을 감은 것'과 대중(對中) 소고기 수출 성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로긴은 "중국 정부와 데인스 의원 간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데인스 의원이 미국의 가치에 반해 무고한 중국 대중들의 고통을 묵인·방치한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당국이 계속 미국의 의원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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