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新안보전략 발표…"미국의 가치와 이익 반하는 수정주의 국가"
"중국의 속임수와 경제 침공에 눈감지 않겠다…러 핵무기는 실존하는 최대위협"
실제 발언에서는 중·러에 톤다운…中 '전략적 경쟁국'→'경쟁국' 수정한듯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18일(현지시간) 베일을 벗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하면서 이들 국가의 도전을 견제함으로써 경제, 안보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담아낸 68쪽짜리 문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1개월 만에 내놓은 이 전략 보고서는 ▲ 본토 및 미국민 보호 ▲ 미국의 번영 증진 ▲ 힘을 통한 평화 유지 ▲ 미국의 영향력 확대 등을 미국의 4대 핵심 이익으로 꼽고 이를 분야별로 구체화한 청사진을 열거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상반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길 원하며, 이를 위해 기술과 선전전, 강압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세계 질서 구도 재편을 꾀하는 '수정주의 국가'라고 공식 명시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침해하려고 시도하면서 미국의 힘, 영향력, 그리고 이해관계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경제를 덜 자유롭고 덜 공정하게 만들고, 군사력을 키우며, 자국 사회를 억압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보와 데이터를 통제하려고 작심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를 국제기구와 글로벌 무역 체계에 편입시키면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바꿀 수 있다는 지난 20년 간의 기존 정책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을 '경쟁자'(Competitor)로 명시한 뒤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을 확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역 질서를 재편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무역적자에서부터 '데이터 도둑질', 권위주의 시스템의 전파 등의 문제를 열거하면서 "우리의 희망과 반대로 중국은 다른 나라의 주권을 희생시켜 가면서 그들의 힘을 확장해왔다"고 비판했다.
북핵 억제를 위해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은 위반, 속임수, 경제적 침공에 더는 눈을 감지 않겠다"며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를 겨냥해서도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우리를 동맹과 갈라놓으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핵무기는 "미국에 대해 가장 커다란 실존하는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보고서에서 "열강들의 경쟁이 돌아왔다"며 국제 사회가 '힘의 대결' 구도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보고서는 30년 동안 초강대국들의 경쟁이 휴지기를 보낸 것으로 묘사했으나 이제 휴가는 끝났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도 강경하다. 그는 양국을 미국의 힘에 도전하는 "라이벌 강대국"(Rival Powers)으로 규정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해 "미국의 힘에 도전하고 있다"며 "우리는 좋은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를 위해 번영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결국 두 가지 모두 잃게 될 것"이라며 "약함은 충돌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며, 반대로 '무적의 힘'이 방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모든 결정에 있어 '미국 우선주의'를 적용한다는 원칙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파리 기후변화 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를 거론, 무역 오남용 행태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보고서의 내용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가 예상보다는 낮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NYT는 보고서를 미리 살펴본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 보고서에는 '경쟁자'라고만 적혀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핵 문제에서 함께 대처해나가야 할 중국에 대한 표현이 예상보다 다소 부드러워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대선개입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보고서의 날선 비판과 트럼프 대통령의 다소 유화적인 발언 사이에서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현대화한 체제전복의 전술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국내 정치에 관여했다"고 직격탄을 날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제보로 러시아 테러를 예방한 일을 거론하며 "그것은 위대한 일이며 마땅히 그래야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력 재건 및 우주 및 사이버 분야의 능력 배양, 국경 통제 강화 및 이민제도 개혁과 함께 인도·태평양, 유럽, 중동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포함했다.
특히 북한의 위협에 맞선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하며 "미사일 공격에 맞서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안보위협으로 꼽은 것을 삭제한 대신 경제·국가 안보를 향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에너지 지배력 강화'를 새롭게 내세웠다.
백악관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0년대 후반부터 정기적으로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해 공표해왔다. 임기 첫해에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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