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지자 재선거 요구하며 도로 점거…약탈·방화로 혼란 가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중미 온두라스 전역에서 18일(현지시간) 대선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다시 격화하면서 군경과 충돌이 빚어졌다고 라 트리부나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대선 이후 개표 부정에 항의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잠잠해진 시점에 선거 당국이 당선인을 확정하자 시위가 재점화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우파 여당인 국민당 후보로 나선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독재반대 야당연합 후보인 살바도르 나스라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공식 확정했다.
그러나 미주기구(OAS)는 선거 절차가 민주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불법적으로 진행됐다고 규정하며 재선거 시행을 권고했고, 나스라야 후보도 반발하며 더 많은 항의집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리카르도 알바레스 부통령은 OAS와 야권의 재선거 요구를 일축하고 야권 지도자들이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선관위의 당선 확정 발표에 반발한 야권 지지자들은 전날 밤부터 수도 테구시갈파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길거리로 나와 불타는 타이어나 나무 등으로 도로를 봉쇄하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제2 도시인 산 페드로 술라 시에서는 은행 지점과 법원 일부 건물이 불에 타기도 했다. 시위로 교통이 마비되는 등 혼란이 격화하자 테구시갈파에 있는 대학과 은행, 기업 등은 이날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일부 도시에서 상점 약탈 등이 발생하자 군경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하면서 충돌을 빚기도 했다. 개표 초반 5% 안팎 표차로 앞서 나갔던 나스라야는 선관위의 시스템 고장으로 개표가 중단되는 등 집계가 지연되면서 막판에 에르난데스 대통령에게 선두를 뺏기자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온두라스는 재검표와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최소 17명이 숨지는 등 정정 불안에 시달렸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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