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族) 난민들이 평화롭게 집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협정을 방글라데시 정부와 맺은 이후 로힝야족 마을들이 쑥대밭이 된 사실이 민간위성 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미국 뉴욕 소재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과 11월 2개월 간 최소 40여 개의 로힝야족 마을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로 인해 354개 정착지가 일부 또는 완전히 불에 탔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군의 방화와 살인, 그리고 성폭행이 자행됐다.
이런 행위는 로힝야족 반군이 지난 8월 정부군에 공격을 감행한 이후 발생했다.
이에 따라 70만 명에 가까운 로힝야 주민들이 인접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이는 미얀마 라카인주(州)에 남아 있는 로힝야족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방글라데시는 이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에 따라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지난달 23일 내년 초 난민들을 라카인주로 되돌려 보내기로 합의했다.
인권단체와 구호단체, 그리고 로힝야족 주민들은 그러나 한결같이 미얀마 정부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 정부에 대해 인종청소, 학살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비난하고 나섰다.
HRW 브래드 애덤스는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 난민을 평화롭게 되돌려 보내기로 한 것은 대외적인 홍보를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위성 사진을 볼 때 미얀마 군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로힝야족 마을은 계속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위성 사진은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라카인주의 분쟁이 지난 9월 5일 종료됐다고 주장한 게 거짓말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날 이후 최소 118개 마을이 최소 부분적으로 파괴됐다.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의 협정 체결 이후 같은달 25일에서 지난 2일 사이 라카인주 북부의 로힝야족이 주로 사는 마웅다우(Maungdaw)의 최소 4개 마을이 불에 탄 것으로 위성 사진 분석 결과 드러났다.
미얀마 구호단체 무크티(Mukti) 관계자는 이달에만 6만 명에서 7만 명 이상의 로힝야 주민들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고 말했다.
이들 난민은 자신들의 마을이 멀쩡하게 남아 있지만 시장에서 생필품을 살 수 없는 형편이며 상인들은 로힝야 주민들에게는 물건을 팔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지난해 10월과 지난 8월 2차례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경찰 초소를 습격한 이후 이런 탄압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로힝야족 난민이 대거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자이드 빈 라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미얀마 정부의 대응은) 인종청소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묘사했다.
그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웅산 수치가 학살 혐의를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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