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김정태 겨냥설' 반박(종합)

입력 2017-12-19 15:05  

최흥식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김정태 겨냥설' 반박(종합)
하나금융 노조 김정태·함영주 조사요청에 "안 볼 수 없다"
취임 100일 간담회…"취임후 예정대로 한 것"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9일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의 연임에 대한 금융당국의 문제 제기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특정인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에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라고 일축했다.
최 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은 기자 간담회에서 "여기(금감원) 오기 전에 내가 여기 올 거라고 생각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으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가까운 사이다. 김정태 현 회장과는 다소 껄끄러웠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최 원장은 김 전 회장이 이번 사안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등의 '음모론'이 제기된다고 하자 "어떡하겠느냐"며 웃어넘겼다.
그는 "(하나금융·KB금융 검사는) 검사 일정이 다 있었던 것이고, 그것에 따라서 한 것이다. 특정인을 노려서 한 건 아니다"며 "통상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의무 중 의무다. 안 했다면 직무유기라고 (기자) 여러분이 난리 쳐야 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포함되면서도 회추위에 참여한 반면, 일부 사외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된 점 등이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나 지난 14일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KB금융도 CEO 후보군에 포함됐거나 포함이 유력한 이사 등이 후보군을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경영유의를 통보받았다.
금감원은 내년 1월 주요 금융지주들의 경영권 승계 절차, 회추위 구성·운영 등을 검사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잇따른 '셀프 연임' 비판에 이은 것이다.
최 원장은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등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김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조사해 달라고 하나금융 노조 측이 요청서를 금감원에 낸 데 대해선 "봐야지. 안 볼 수는 없죠"라고 답했다.
최 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금융회사의 경영승계 절차를 점검한 결과를 보면 현직 CEO의 영향력 아래서 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선임 절차가 진행되도록 설계된 데다,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을 묻자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고, 화폐로도 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하지는 못하지만 조심하라고 워닝(경고)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정해줬다고. 그래서 거래가 폭주한다. 공인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우린 이런 갬블링(도박) 판을 공인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최 원장은 "문제를 알면 거의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모르는 게 터졌을 때"라며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당국이 인지하는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표준약관을 정비해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강화하고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표준약관의 주요 정비 방향은 ▲ 카드 포인트의 자동화기기(ATM) 출금과 자투리 포인트 사용 촉진 ▲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한 소비자 안내 강화 ▲ 카드사의 불합리한 해외서비스수수료 부과체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최 원장은 금융회사의 '민원 이상징후 조기포착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상품, 금융회사, 판매 채널별 피해 금액과 건수 등을 기준으로 위험 지표를 만들고, 하반기에는 이를 토대로 각 금융회사의 '민원유발계수'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금융회사의 책임 정도 등 민원의 경중을 구분하기 위한 민원유발계수를 도입, 향후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등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금융소비자 보호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금융감독의 목표는 금융회사가 잘 사는 게 아니라 금융소비자가 편안하게 금융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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