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박승춘 물빼기' 본격 착수…"환골탈태 각오"

입력 2017-12-19 10:55   수정 2017-12-19 15:15

보훈처, '박승춘 물빼기' 본격 착수…"환골탈태 각오"
관리감독 대상 보훈단체 대대적 쇄신에도 나설 듯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가보훈처가 19일 박승춘 전 보훈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보훈처 차원의 '적폐 청산'이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훈처는 이날 박 전 처장 재임 기간 보훈처의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승춘 전 처장과 관련 공무원들은 해당 위법 혐의 사항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거나 축소·방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보훈처의 공직 기강은 물론, 향후 우리 보훈 가족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보훈처는 지난 5월 피우진 현 처장 취임 직후 박 전 처장 재임 기간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처장 시절 비위 의혹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보훈처가 보수 색채가 강한 안보교육 사업으로 정치에 개입한 의혹이다.
보훈처는 "전임 박승춘 처장의 2011년 취임 이후 나라사랑교육과가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안보교육을 진행하며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는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박 전 처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6년 3개월 동안 보훈처장으로 재직하며 안보교육 사업을 통해 보수 이념 확산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2월 취임한 박 전 처장은 같은 해 6월 나라사랑교육과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안보교육에 나섰다. '올바른 국가관, 역사관, 시민의식'을 확산한다는 게 보훈처가 나라사랑교육과를 신설하며 내건 목표였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참전 유공자와 민주화 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복지라는 보훈처의 주 업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박 전 처장은 안보교육을 밀어붙였다.
나라사랑교육과가 편성한 '나라사랑 강사단'이 학교, 공공기관, 군부대 등에서 실시한 대중 안보교육은 정치편향적이라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의 지원하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된 '호국보훈 교육자료집'이라는 이름의 안보교육 DVD를 제작·배포한 것도 나라사랑교육과의 업무에 속했다.
피우진 처장은 취임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안보교육 개혁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지난 7월 단행한 보훈처 조직 개편에서는 나라사랑교육과를 폐지했다.
보훈처의 적폐 청산은 박 전 처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을 넘어 관리감독 대상 보훈단체 전반의 쇄신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훈단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관제 데모'에 참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훈처가 이번에 고엽제전우회가 영수증과 같은 증빙자료 없이 출장비·복리후생비를 집행하고 정확한 근거 없이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 등을 적발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게 주목되는 이유다.
보훈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청와대 지시를 받아 관제 데모를 한 의혹이 제기된 고엽제전우회의 활동과 관련해서도 "고엽제법에서 정한 본래 설립 목적과 관계없는 정치 활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처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따라서는 보훈처의 적폐 청산 범위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훈처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11%의 예산이 증가된 우리 처는 보훈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예우를 주문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혈세가 제대로 보훈 가족들에게 쓰이도록 보훈처 내부와 공법 단체들의 기강 확립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수사 의뢰와 내부 징계를 계기로 정부 부처로서 공공성과 중립성을 회복하고 국가유공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거 위법 행위를 깨끗이 청산하고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각오로 보훈 가족을 위한 '따뜻한 보훈'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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