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IT 트리오, AI기술에서 실리콘밸리 앞서나

입력 2017-12-19 11:26  

中 IT 트리오, AI기술에서 실리콘밸리 앞서나
"데이터량·처리속도서 유리한 고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 가속도를 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중국 IT업계의 트리오는 국내외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최고급 엔지니어를 채용하면서 AI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구글처럼 기계학습을 활용해 자율주행과 의료 진단, 얼굴 인식 결제, 음성명령 하드웨어 등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텐센트의 마크 렌 최고운영책임자(CIO)는 "우리는 지난해부터 AI를 최우선 과제로 있고 전략적 역점사업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도 "AI는 우리 사업의 모든 부문에 파고들고 있으며 별도 사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포레스터의 샤오펑 왕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 트리오가 확보한 데이터의 규모, 이를 처리하는 속도가 종전과는 달라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의 제프 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연초 애널리스트들과 간담회에서 AI 부문에서 이뤄진 최대의 변화는 처리 가능한 데이터의 규모가 현재 1천 페타바이트(PB)에 도달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PB는 약 100만 기가바이트(GB)에 해당하는 단위로, 1천 PB에 달하는 데이터 용량은 무려 5천800억권의 책과 맞먹는 것이다.
제프 창 CTO는 "우리는 각종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축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를 개인화해 우리가 지원하는 모든 분야에서 검색과 보안,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지렛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가 AI 부문에 기울인 노력은 지난달 11일의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에서 일부 성과를 보여주었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당일까지 한 달 동안 4억건의 고객 맞춤형 광고를 제작했고 챗봇을 통해 하루 평균 350만건의 문의에 대한 답변을 처리했다. 택배의 현재 상태를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 일거에 처리될 수 있었던 것은 AI 덕분이었다.
컨설팅 기업인 올리버 와이먼의 에드아르 드 메제락 아태 지역 데이터분석부장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타오바오가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이미지 검색 서비스는 인간의 두뇌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건을 찾기 위해 작동하는 원리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타오바오의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유명 인사나 연예인들이 입었던 옷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아마존에도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라는 평가를 낳는다.
애널리스트들은 산업계 전반에서는 아직 AI의 응용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가 보여주는 몇가지 응용 사례는 중국이 글로벌 선두로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의 아난드 스와미나탄 선임 파트너는 중국이 실리콘 밸리와 차별화된 한 요소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무대가 그 어떤 나라보다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IT 트리오가 10억명 이상을 상대로 테스트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자동적으로 핸디캡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스와미나탄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계의 투자 속도와 규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알리바바는 음성으로 작동하는 '개인비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애플의 시리나 아마존의 알렉사보다 한걸음 앞선 실험을 벌이고 있다.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고객의 요구에만 대응하는 발권기를 지하철역에 설치한 것이 그 실례다.
제프 창 CTO는 현실적인 상품에 AI를 응용한 것이 새로운 점이라고 강조하면서 개인비서 소프트웨어가 공항과 철도역, 식당, 리셉션 데스크 등 공적 장소로 이동할 수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마트한 AI 기술과 대량의 데이터는 의료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텐센트는 대학 연구소들과 손잡고 초기 폐암을 진단하는데 이 기술을 접목하는 국제적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홍콩 대학 호흡기내과 조교수인 데이비드 람은 프로젝트의 초기 성과가 가시화되는 데는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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