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등 5개 금융사 500억弗 타격"…해외현금 많은 IT기업도 불리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미국이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대다수 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절감할 수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엄청난 손실을 견뎌냈던 씨티 등 5개 금융기관은 500억 달러(약 54조4천억 원)가량 자산을 상각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 AIG 등이 미래 이익으로 과거 손실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얻던 현행 세법상의 재정적 혜택이 줄어들고 이연법인세 자산을 재작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씨티가 입는 타격이 160억 달러에 달하고 AIG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각각 65억 달러와 30억 달러의 피해를 볼 것으로 금융업계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은 추정했다.
미국 투자은행 KBW의 모기지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법인세율이 20%로 인하될 것을 근거로 자산 상각이 이뤄지면 부동산 담보 대출기구인 패니 매, 프레디 맥이 각각 110억 달러와 40억 달러를 국고에 의지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 국고에 손을 벌리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공적자금을 요청하게 돼 이들의 존립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의 우선주 투자자인 페리니 캐피털의 마이클 키클린은 "(이들 기관의) 개혁이 관심사가 됐다"며 이것이 주택 정책 관련 작업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필요한 일부에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 개혁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도 부담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세금 전문가들은 미국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추는 대신 해외 수입에 대한 최저세를 부과할 경우 MS가 향후 역외 이익에 대해 최소 10.5%의 세금을 내야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는 현재 3~7%로 추정되는 세율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WSJ은 주(州)세를 포함해 법정 세율이 35~39%이지만, MS가 해외 이익을 모두 송금할 경우 약 32%의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근거로 이렇게 추정했다.
MS 등 IT 기업은 해외 이익을 세금이 낮은 국가에 등록함으로써 실효세율을 낮추고 있다.
작년까지 10년간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평균 실효세율이 29%였지만, IT 기업은 24%에 불과했다.
이베이와 시스코 시스템, 알파벳은 같은 기간 20% 미만이었으며 MS도 23.3%에 불과했다.
MS는 현금 자산의 95%인 1천320억 달러(143조6천억 원)를, 애플은 현금의 94%인 2천520억 달러(274조1천500억 원)를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
MS는 올해 세제개편안 관련 로비를 위해 18개 로비업체를 고용했다.
한편, 미국 지방채 시장은 매년 12월 거래가 한산해지지만, 올해는 세제개편안 때문에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신규 지방채 발행액은 430억 달러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각 주와 시 정부가 세제 개편시 장기간 차환 발행용 지방채에 부여된 면세 혜택이 없어지는 점을 고려해 지방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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