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달 말로 활동시한이 종료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연장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개헌특위 시한 연장 요구에 대해, 먼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실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특위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일정이 있기에 하는 건데 특위만 연장하자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한국당이 개헌논의 동참을 거부하면 별도의 방안을 강구해 개헌을 결연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거부할 경우 대통령에 의한 개헌안 발의까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개헌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 실시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의총 후 "한국당은 개헌특위 연장을 당론으로 정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강력하게 요청하기로 했다"며 "국회 개헌특위 활동 기간을 연장해서 개헌안 합의가 잘 되면 지방선거 이전에도 개헌할 수 있고, 합의가 늦어지면 지방선거 이후에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도 취임 후 "지방선거와 붙여서 개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엇갈린 입장 때문에 개헌특위가 이달 말로 문을 닫게 되고, 국회 차원의 개헌논의가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여야 모두 책임이 있다. 국회는 올해 1월 1일 민주당 15명, 한국당 14명, 국민의당 5명, 바른정당과 정의당 각 1명 등 총 36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개헌특위를 가동했지만, 당리당략에 막혀 개헌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11월 들어 기본권, 경제 및 재정, 지방분권, 정부형태, 정당 및 선거, 사법부 등 6개 주제별로 3주간 집중토론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권력구조에 대해 각 당이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4년 대통령 중임제를, 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책임지는 혼합정부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권력구조 갈등에 더해 한국당이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함에 따라 개헌논의는 더욱 꼬이고 있다. 한국당이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에 소극적인 이유는 두 가지 투표를 동시에 하면 지방선거에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는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등 여야의 주요 후보 모두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국민에 대한 약속은 당리당략을 떠나 지켜야 하며, 약속을 깨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한국당은 개헌특위 활동 연장을 요구하기에 앞서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키겠다는 점을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여당도 국회 주도의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개헌을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115석을 가진 한국당이 반대하는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여야는 조속히 개헌특위 연장에 합의하고,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국회 차원의 단일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늦어도 내년 2월까지 국회 차원의 단일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여야 모두 권력구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가 개헌이 물리적으로 어렵게 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지방선거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생각인지 모르나 그런 행태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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