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관련 기업 인수 여파…"1990년대 닷컴 버블 연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기술과 연관됐다고 하면 기업의 주가가 무조건 뛰는 이상 과열현상이 최근 미국 증시에서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치솟았던 1990년대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상화폐 열풍의 여파로 최근 주가가 폭등한 사례는 미국 핀테크기업 롱핀(LongFin)이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주당 5달러에 나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린 롱핀은 상장 이틀 만에 블록체인 스타트업 지두닷컴(Ziddu.com)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지두닷컴은 블록체인 기술에 바탕을 둔 소액대출 솔루션 제공업체로,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 '지두 코인'(Ziddu Coin)으로 대출금을 지급·상환한다.
롱핀의 주가는 인수 발표 후 무섭게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발표날인 15일 22달러로 장을 마감했던 롱핀의 주가는 지난 18일 장중 142.82달러까지 찍으며 공모가 대비 2천700% 넘게 폭등했다.
이날 롱핀의 주가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인 72.3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상반기 순수익이 180만 달러(19억5천만원)에 불과했던 롱핀의 시장가치는 60억 달러(6조5천억 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억만장자가 된 롱핀의 회장 벤카트 메나발리는 환호하기보다 투기가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가상화폐에 열풍에 따른 광적인 투기행렬일 뿐이다"라며 "우리는 이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회사의 기초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으로 주가가 폭등한 사례는 비단 롱핀만이 아니다.
리치 시가즈(Rich Cigars)라는 담배제조업체는 지난주 사명을 인터콘티넨털 테크놀로지로 바꾸고, 가상화폐 채굴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마자 주가가 2천% 이상 뛰어올랐다.
지난 가을 이름을 라이엇 블록체인으로 변경하고,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한 소규모 생명공학업체였던 바이옵틱스(Bioptix)도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열이 이어지면서 과거 닷컴 버블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캐피털 이노베이션의 투자 책임자 마이클 언더힐은 FT에 "1999년이 다시 온 것처럼 느껴진다"며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두려움이 이런 열풍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조던 로체스터 노무라 애널리스트도 "현재의 투기 광풍은 회사 이름 끝에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기만 하면 주가가 뛰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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