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찬양' 누명 행자승, 재심서 35년 만에 무죄

입력 2017-12-19 17:37  

'북한 찬양' 누명 행자승, 재심서 35년 만에 무죄
제주지법 "진술 증거능력 없고, 발언 내용도 국가 존립 위협 수준 아냐"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980년 북한 경비정에 의한 '제2태창호' 납북 사건과 관련해 강압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의 행자승이 35년 만에 억울함을 풀고 편히 잠들게 됐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신재환 부장판사는 유모(1996년 사망)씨의 유족이 청구한 국가보안법 재심 사건에서 유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1981년 41세 당시 자신의 형이 주지승으로 있는 제주시 애월읍 한 절에서 행자승으로 일하던 유씨는 그해 11월과 이듬해 1월 제2태창호 선원 J씨를 만나 북한과 그 구성원을 찬양·고무하거나 북한의 통일 방안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이듬해 기소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만기 출소했다.
당시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씨는 J씨와의 대화 과정에서 북한의 발전상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광주민중항쟁과 국내 언론 통제 등 국내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신 부장판사는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국내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주관적으로 피력한 것이고, 그 내용도 상당 부분 사실에 기초한 것이어서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북한의 발전상과 북한에 대한 우호적 발언 내용은 국내 정치 및 경제 상황에 대한 비판을 위해 대조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주된 취지로 보인다"며 "이러한 발언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신 부장판사는 당시 경찰과 검찰이 불법구금 상태에서 유씨의 자백을 강요해 조서를 만들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기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신 부장판사는 "유씨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표현과 사상의 자유 등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다양한 주장과 사상 등을 수용·비판·여과해내는 사회체제의 건전성과 성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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