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협상하며 연례적 파업 19차례 …생산차질 1조3천억원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현대자동차 노사는 올해 경영위기 속에서 8개여월 만에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잠정합의안을 어렵게 마련했다.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의 가장 큰 특징은 노사가 대내외 위기와 경영상황을 고려해 소폭의 임금인상안에 절충점을 도출했다는 데 있다.
'고임금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선언하며 고임금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회사의 의지가 강했고, 노조도 연례 파업을 벌이면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 한 발짝 양보했기 때문에 접점 찾기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 예년보다 한 달 빨리 교섭…연례적 파업만 19차례
노사는 올해 4월 20일부터 만나 교섭을 시작했다. 협상이 여의치 않자 노조는 연례행사처럼 여름 휴가 전 파업을 결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당장 파업을 벌이지 않고 회사와 집중교섭에 나서면서 휴가 전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제시안이 나오지 않자 교섭은 자연스럽게 휴가 이후로 넘어갔고 결국 8월 교섭 중 파업이 시작됐다.
노조는 8월 10일과 14일 2시간 부분파업에 처음 들어가 6년 연속 파업의 깃발을 올렸다. 2차례 파업 뒤 열린 23차 교섭에서 회사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은 불가하다는 첫 제시안을 내놨다.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다시 투쟁 수위를 높여 추가 파업에 나섰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8월 말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9월부터 새 집행부 선거 체제로 돌입했다.
새 집행부는 전과 마찬가지로 강성 노선의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노사는 10월 30일 중단된 교섭을 재개했지만 임금인상,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이라는 걸림돌에 막혀 타협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새 집행부는 12월 5일부터 매일 11일 연속 2∼4시간 부분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했고, 교섭도 병행했다.
회사는 전 집행부의 8차례 파업과 새 집행부 출범 후 11차례 파업으로 6만2천600여 대에 1조3천100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 330여 개 부품 협력사 모임인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협의회는 모기업 노조의 파업이 연일 계속되자 기업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현대차 파업에 따른 조업 차질은 협력사들의 경영 차질은 물론, 파업이 장기화하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모기업 노조가 일손을 놓으면 부품 협력사들이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교섭과는 별개로 임단협 중 신차 코나 추가 생산문제를 놓고 회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울산1공장이 이틀간 파업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12년 만의 전면파업을 비롯해 모두 24차례 파업, 12차례 주말 특근을 거부해 14만2천여 대에 3조1천여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 3조원을 넘는 파업 생산차질 규모는 사상 최대다.
◇ 회사 안팎 경영환경 위기 공감…연내 완전타결 기대
현대차는 이번 잠정합의가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주력시장 판매 부진과 원·달러 환율하락,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 등 어려워진 경영환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노사가 경영위기에 공감해 해를 넘기지 않고 완전타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비친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6%, 12.7% 각각 늘어났지만, 경상이익(1조1천4억원)과 순이익(9천392억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 26.4%와 16.1% 감소했고, 3분기 판매량(107만1천496대)도 1년 전보다 1.2% 줄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판매 부진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처럼 최근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난 3년간 임금 부문에서 축소 합의하는 분위기를 이어가 올해도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성과금도 축소하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임금인상 부문에서 지난해 7만원대에서 올해 5만원대로 줄어들었다.
회사는 교섭 초반 기본급 동결안까지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과거 외부 호재로 실적이 상승했을 때 높은 성과 배분을 누렸다면 이제는 위기 상황을 참작한 합리적 임금 수준을 노사가 결단해야 한다"고 노조에 호소하기도 했다.
윤갑한 사장도 "과거 현대차가 급성장할 때와 같은 고임금 요구 시대는 지나갔다"며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노조의 위기 극복 동참을 꾸준히 당부했다.
◇ 잠정합의안 투표 가결 기대…"이젠 경영 정상화·노사협력"
합의안에는 최대 쟁점인 임금이 예년보다 부족해 조합원들이 불만족할 수 있지만, 노사는 모두 가결을 기대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대내외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상황이 위기임을 체감하고 있어 반대만을 외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찬반투표가 부결되더라도 회사가 추가 제시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교섭에서는 잠정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되고 재교섭에서 나온 2차 잠정합의안이 겨우 통과되기도 했다.
지역 각계에서는 일단 현대차 노사의 잠정합의를 반기며 이제는 경영 정상화와 노사협력에 더욱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강윤구 울산시 기업육성과 노사협력 담당은 "노사가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한 데 대해 환영한다"며 "경영이 정상화되고 울산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노사협력에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최찬호 울산상의 경제총괄본부장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관련 기술의 고도화, 융복합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현대차 잠정 합의를 환영하며, 앞으로 노사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높은 임금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미래형 자동차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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