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히메' 만든 日 개발자 요시후지 켄타로 수기 '나는 로봇커뮤니케이터 켄타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본에는 '오리히메'(OriHime)라는 분신로봇이 있다. 스타트업인 '오리이 연구소'가 만든 이 로봇은 질병 등으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아바타'다.
사람 모양의 로봇에는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가 달려 있다. 사용자는 태블릿PC로 오리히메를 조종하는데 로봇 주변의 풍경을 화면으로 볼 수 있고 스피커와 마이크로 멀리 있는 상대방과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조작 방법도 다양하다.
말을 하지 못한다면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고 문장을 입력하면 음성모드로 전환되기도 한다. 오리히메는 고개도 끄덕이고 손을 들고 박수도 친다.
일본에서는 장기 입원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오리히메를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 야외활동에도 함께하는 식이나 재택근무자들과의 원격회의 등에 이용되고 있다.
신간 '나는 로봇커뮤니케이터 켄타로'(늘봄 펴냄)는 오리히메의 개발자 요시후지 켄타로(吉藤健太朗.30)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중학교 2학년때까지 학교에 가지 않고 이른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던 요시후지가 어떻게 로봇 개발자로 거듭났는지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에 다니지 않았던 시절 요시후지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고독감이었다. 여기에 친구들에게 뒤처진다는 열등감, 상심한 가족을 보며 느끼는 초조함,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무력감까지 겹쳤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더욱 피하게 되는 '고독의 악순환'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신청한 곤충로봇대회에 우연히 참가했다가 기적처럼 우승을 차지한다. 이를 계기로 공고에 진학한 요시후지는 학교에서 전동휠체어를 개발했고 다리가 불편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고독에 갇힌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다시 '고독'의 문제와 마주친 요시후지는 '고독'을 해소하는 일에 인생을 바치기로 한다.
책은 '고독해소'를 위해 요시후지가 오리히메를 개발하기까지 과정을 수기 형식으로 그린다.
전동휠체어 개발로 세계대회에서 입상하고 이를 통해 와세다대에 특례입학한 그는 몸이 아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사람, 따돌림 혹은 병으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학생, 가족의 간병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학교에 출석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분신로봇을 만들기 시작한다.
분신로봇을 택한 것은 '고독해소'라는 그의 목표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해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을 대신할 '분신'을 만들어 사람과 접촉하게 함으로써 위로받고 고독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시후지의 비서는 실제 척수손상으로 목 아래의 모든 감각을 잃고 호흡기를 장착한 채 20년 이상 살고 있지만 분신로봇을 통해 요시후지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요시후지는 "내가 만들고 싶은 로봇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거기에 있다'는 가치"라고 설명한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필요해지고 싶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필요한 사람이 있는 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오리히메 개발을 통해 많은 사람과 만나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고독을 해소하는 답이다. (중략) '분신로봇'은 그동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또하나의 몸'이다. 비록 몸을 움직일 수 없어도 사람과 만나 세계를 넓히고, 죽는 순간까지 인생을 구가할 수 있는, 그런 미래로 이어나가길 바라 마지 않는다."(에필로그 중)
권경하 옮김. 268쪽. 1만2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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