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야스쿠니 참배로 관계 악화 후 물밑 접촉서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정권에서 역사문제로 이웃국과 마찰이 심해지자 중국측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대체할 추도시설 설립을 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은 20일 공개된 외교문서에 포함돼 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일인 1985년 8월 15일 나카소네 당시 총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듬해에는 후지오 마사유키(藤尾正行) 당시 문부상이 한일 병합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면서 한중과의 갈등이 확산했다.
이에 나카소네는 이듬해 패전일에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류하고 "이웃국의 국민 감정에도 적절히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고토다 마사하루(後藤田正晴) 당시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했다.
동시에 후지오 문부상을 파면하는 등 한중과의 대립요인을 없애는데 주력했다.
이어 나카소네는 1986년 11월 중국을 방문해 후야오방(胡耀邦) 당시 중국 총서기 와 회담하는 등 '밀월'을 과시했다.
이런 밀월이 이뤄지는 데는 중일간 밀고 당기는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것이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확인됐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나카소네의 방중을 앞두고 1986년 10월 도쿄에서 열린 중일간 접촉에서 후지타 기미오(藤田公郞) 당시 외무성 아시아국장은 "일부 언론에서 총리의 방중이 사죄를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미래지향적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쉬둔신(徐敦信) 당시 주일 중국대사관 공사는 나카소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보류 등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지난해 이후 발생한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생각을 전제로 "8월 15일 공식 참배 문제는 매년 되풀이되지 않게 사전에 잘 처리할 수 없느냐"며 "야스쿠니와는 별도로 위령 장소를 만들자는 논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후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나카소네는 후야오방에게 "군국주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야오방도 야스쿠니나 후지오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외교문서에는 기재돼 있다.
그러나 후야오방의 이런 자세는 중국 내에서 친일 행보로 비판받았고, 정상회담 두 달 만에 실각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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