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시 노숙자에게 벌금 부과 추진 논란

입력 2017-12-21 06:00  

독일 프랑크푸르트시 노숙자에게 벌금 부과 추진 논란
부자나라·복지국가 독일에 짙게 드리운 가난과 빈부격차 그늘
난민유입과 주택정책 실패로 집값 급등…잘 곳 없는 사람 급증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프랑크푸르트(FR) 시가 노숙자에게 벌금 부과를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어 등에 따르면, FR시 당국은 도심 보행구역이나 거리 벤치 등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다 적발되는 사람들에게 현장에서 바로 벌금을 부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 등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때마침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독일 전역에서 '살 집이 없는 사람들' 또는 '잘 곳 없는 사람들'(Wohnungslose< Homeless>)이 급증하는 현실과 이들에 대한 지원확대를 촉구한 터여서 FR시 당국의 방침이 대비가 됐다.
시 당국은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지 말라고 여러 차례 통고받고서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만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FR 시의회의 다수당인 보수 기독교민주당(CDU)의 크리스토프 슈미트 시의원은 노숙자 보호소가 많은데도 노숙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를 옹호했다.
반면 좌파당 소속 아스트리트 부르하임 의원은 "노숙자가 아니라 빈곤이 문제"라면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녹색당의 베아트릭스 바우만 의원은 "노숙자 중 많은 사람이 정신장애가 있고, 보호소 내 폭력 등 여러 이유로 노숙자들이 보호소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근본 개선책을 도외시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FR 시가 벌금 부과까지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노숙자가 많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 국제공항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금융기관이 즐비한 FR시의 중앙역에선 노숙자와 단속반원 간 실랑이와 숨바꼭질이 일상화됐다.
이는 FR시 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 도이체벨레방송은 부유한 나라, 복지국가라는 독일에 브라질 등에서와 같은 대규모 빈민가는 없으나 도처에서 빈곤과 홈리스(노숙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홈리스지원협회(BAGW)에 따르면 현재 독일의 홈리스는 86만명으로 2014년에 비해 150% 증가했다. 이 가운데 80만여 명이 긴급피난처 등 보호시설과 친구와 친지 집 등에서 살고 있다. 노숙자 규모는 홈리스의 6%인 약 5만2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홈리스 급증의 주원인은 2015년을 전후한 대규모 난민 유입이다.
그러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말 기준 전체 홈리스 가운데 난민은 44만명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시설 거주자 위주 집계여서 실제 비중은 더 늘어날 수는 있으나 홈리스와 노숙자 급증을 난민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BAGW 등에 따르면 주택정책 실패와 복지 축소가 그에 못지 않은 이유다. 우선 신규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데다 무료 또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주택이 근 30년 사이에 60%나 줄어들었다. 1990년엔 서독지역 공공 소유 임대주택이 300만채였으나 그 사이 기업이나 민간인에게 팔아 이런 '사회주택'은 120만채에 불과하다.
공공주택이 가격 억제와 조절 기능이 매우 약해진 가운데 경제성장과 사회변화로 주택 수요가 늘자 임대료가 급등했다. 특히 1인가구가 1천700만명에 달하는데 시장에 나온 방 1~2개짜리 아파트는 520만개에 불과해 도심 소형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은 주변부로 밀려나고 생활고를 겪고 있으며, 주택보조금 축소로 임대료를 감당 못해 홈리스 보호소와 거리에서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난 18일 독일 연방과 주정부들에 빈부격차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집없는 사람 등 가난한 사람들이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홈리스 규모는 내년에 120만명으로 2016년에 비해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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