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화백 유족·한올재단, 110억대 기증작품 놓고 법적 다툼

입력 2017-12-20 17:30   수정 2017-12-2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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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화백 유족·한올재단, 110억대 기증작품 놓고 법적 다툼
"김흥수 작품만 받고 미술관 안 지어" vs "조건없는 무상증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하모니즘' 창시자인 고(故) 김흥수(1919~2014) 화백 유작의 사후관리를 놓고 유족과 작품을 기증받은 재단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 화백 유족은 한올재단이 110억 원(국세청 추산)에 달하는 유작만 넘겨받은 채 증여 조건인 김흥수미술관 건립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작품반환을 주장한다. 반면 한올재단은 어떠한 조건도 없는 무상증여였다고 맞서고 있다.
유족 대표인 장남 김용환 씨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올재단의 김모 이사장과 조모 이사를 사기, 횡령,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지난달 29일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 50년간 거주했던 김 씨는 2014년 6월 부친 타계 후 평창동 김흥수미술관이 소장했던 70여 점 전체를 기증할 곳을 찾던 중, 김 이사장과 한올재단을 알게 됐다.
그는 국세청으로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 상속세 48억 원 납부를 요구받던 상황이었다. 단 비영리재단에 기증할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김 이사장이 한올재단을 이용해서 작품 전체를 기증받겠다고 했다"면서 "조 이사 또한 자신이 일산에 보유한 대지와 건물을 매각해 그 자금으로 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증여계약 당시 김흥수미술관 건립과 채무 4억 원 인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이 김씨 주장이다.
그러나 올해 3월 유작 70여 점을 넘겨받은 한올재단이 지금까지 김흥수미술관 건립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조 이사가 기부하겠다는 대지와 땅(매각)은 결국 취소됐고 김 이사장이 말한 자금 조달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 이사장이 유작을 팔아 (미술관이 아닌) 싱크탱크를 만들 것이라는 정보도 입수했다"라면서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양측이 지난해 9월 23일 공증받은 증여계약서에는 김흥수미술관 건립 등의 조건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김씨는 "제가 (공증 당시) 김 이사장이 쓴 증여계약서 내용이 너무 간단하다고 했다"라면서 "김 이사장이 국세청에 제출하기 위한 계약서라면서 차후 정식 계약서를 쓰자고 말했고, 법대 교수인 터라 저도 믿었다"라고 설명했다.
한올재단은 이날 별도 입장을 내고 김흥수미술관 건립이 증여 조건이었다는 유족 주장을 반박했다.
재단은 "김 화백 유족(대표 김용환)은 2016년 9월 23일 김 화백의 미술작품과 유물 등을 조건 없이 증여했고 공증이 이뤄졌다"라면서 "유족은 김흥수 기념 미술관 건립이 조건이었다고 말하지만 어떠한 조건도 없는 무상증여였다"고 밝혔다.
이어 "재단은 김 화백 작품을 기증받은 후 김용환 선생과 유족이 추천하는 1인을 재단 이사로 선임하는 등 기본 예우에 소홀한 적이 없다"라면서 "교육문화사업 일환으로 김흥수 작품 전시회를 포함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이 물러난 자리에 김용환 씨를 새 이사장으로 추천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재단은 "김 이사장이 개인과 재단 명예가 훼손돼 더는 직분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직을 내려놓았다"라면서 "직접 주도해 김흥수 화백의 작품과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김용환 선생을 새 이사장으로 이사회에 추천하고자 한다"고 알렸다.
유족은 한올재단의 이러한 제안을 일축하면서 작품반환을 요구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최병모 변호사는 "고소장을 내기 전 정식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자고 요청했으나 답이 없었다"라면서 "이제 신뢰가 없는 상황이라 (증여계약) 취소를 통보했고 작품을 반환받는 것만 남았다. 민사도 같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품을 재단에 넘겨줬다는 주장에 "제가 돈 욕심이 있었다면 작품들을 팔고 갔을 것"이라면서 "이 작품들은 대한민국에 영원히 남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김 화백은 1977년 오랜 실험 끝에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꾀하는 '하모니즘' 미술을 선언해 국내 화단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43세 나이 차를 넘어 결혼했던 장수현 전 김흥수미술관장과의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장 관장은 2012년 김 화백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장 전 관장 사망 후 평창동 김흥수미술관이 2013년 6월 매각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작품들도 미술관 매각 후 한 불교재단으로 넘어갔다가 유족이 작품반환 소송을 통해 돌려받은 것이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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