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긴급조치 전 가해자 의견도 들어야"

입력 2017-12-21 07:00  

"학교폭력 긴급조치 전 가해자 의견도 들어야"
고교생이 학교장 상대 처분 취소 소송서 승소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라도 긴급조치에 앞서 의견을 듣지 않으면 해당 처분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행정2부(안종화 부장판사)는 고교생 A(18)군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긴급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B(18)군은 경기도 파주지역 고교 1학년이던 지난해 10월 "같은 반인 A군에게 폭행당했고 1학기부터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3∼5차례 1천 원씩 빼앗겼다"고 학교폭력을 신고했다.
당시 A군과 B군 그리고 목격자인 C군은 학교에 낸 확인서에 '권투 스파링과 속칭 '생일빵' 과정에서 서로 주먹이 오갔다'는 내용을 기재했으나 금품 갈취 부분은 없었다.
교장은 이 사건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면서 A군이 B군을 접촉하거나 협박·보복을 못 하게 하려고 2일간 출석을 정지하는 내용의 긴급조치 처분을 했다.
생활지도교사는 A군의 부모에게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하면서 출석정지이지만 실제로는 등교해 B군과 같은 교실에 있지 않고 다른 교실에서 자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얼마 뒤 자치위원회는 A군에게 교내 봉사 5일을 결정했다.
A군의 부모는 출석정지 처분되면 해당 기간 등교하더라도 무단결석 처리돼 생활기록부에 남고 진학 등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출석정지 처분에 앞서 학교 측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을 듣지 못했고 아무 의견도 내지 못했다.
결국 A군의 부모는 긴급조치에 앞서 교장이 절차를 무시했다며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장은 긴급 사안이고 자치위원회의 추인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A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긴급조치는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치위원회 의결 없이도 교장의 재량으로 처분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남용 가능성도 있다"며 "이 때문에 향후 진학 등에 불리한 영향을 주는 출석정지 등은 처분에 앞서 해당 학생과 보호자에게 효과 등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자치위원들은 긴급조치 처분 추인에 대해 알지 못한 채 교내 봉사 5일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교장의 긴급조치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k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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