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도 덜덜"…사각지대 '냉동 경로당' 수두룩

입력 2017-12-26 08:05  

"실내에서도 덜덜"…사각지대 '냉동 경로당' 수두룩
운영비 한 푼 못 받는 미등록 경로당 충북에만 63곳 방치
기름값 없어 보일러 못 돌리고 전기장판 의지…화재 위험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기름값이 무서워 난방을 꺼놨더니 보일러가 얼어 터졌어. 부랴부랴 쌈짓돈을 거둬 석유 한 드럼(200ℓ)을 들여놨는데, 얼마나 버틸지 몰라"
충북 보은군 수한면 동정리 상(上)동정 경로당은 요즘 추위와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방 안이래 봤자 겨우 찬 기운이 가실 정도여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는 노인이 많다.

이 마을 최고령인 김구순(90) 할머니는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게 심심해 경로당을 찾지만, 방바닥이 차 엉덩이 붙이기도 힘들다"며 "여럿이라면 몰라도 한두 명이 나와 보일러 스위치 누르기가 눈치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10명 남짓한 주민이 이용하는 이곳은 행정당국이 '미등록 경로당'으로 분류한 곳이다.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운영비는 물론 월동용 기름값도 지원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한 달 3만∼5만원씩 호주머니를 털어 근근이 경로당을 꾸려간다.
이 마을 '공식' 경로당은 약 2㎞ 떨어진 하(下)동정에 있다. 그러나 오가는 게 힘들다 보니 윗마을 주민끼리 15년 전 조립식 건물(45㎡)을 지어 지금의 공간을 차렸다.
경로당 살림을 맡는 박순자(74) 할머니는 "한 해 겨울을 나려면 적어도 석유 5드럼이 있어야 하는데, 기름값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부담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노인 수 미달이나 시설기준을 충족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경로당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난방비가 없어 차가운 냉골에서 지내는가 하면, 심지어 전기장판 1∼2개로 영하의 한파를 견디는 곳도 있다.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경로당 등록기준은 65세 이상 이용자가 최소 10명 넘고, 20㎡ 이상의 거실과, 화장실, 전기시설 등을 갖추도록 해놨다. 건축물대장에도 '노유자 시설'로 표시돼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한 경로당은 충북에만 4천101곳 있다. 이곳에는 한 달 9만원씩 운영비가 지원되고, 여름·겨울철(7개월)에는 한해 160만원의 냉방·난방비도 별도로 지급된다. 노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도록 해마다 쌀 7포대(140㎏)도 배달해준다.
문제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시설이다. 노인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공간이면서도 기준 인원에 미달하거나 시설이 빈약한 경우다.
이런 미등록 경로당은 충북에만 63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행정당국이 파악한 숫자여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 경로당은 마을기금 등을 보조를 받거나 회비를 거둬 운영한다.
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겨울에는 추위에 떨고, 여름에는 비지땀을 흘리면서 생활한다.
보은군 수한면 상동정 경로당은 65세 이상 이용객이 6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미등록' 됐다. 옥천군 이원면 하칠방 경로당은 컨테이너로 된 건물이 '노유자 시설'로 등록되지 않아 제도권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 마을 박춘식(70)씨는 "운영비가 모자라 전기장판 온기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중"이라며 "전기값도 부담도 크지만, 자칫 장판이 과열로 불이라도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청주시와 옥천군이 미등록 경로당 1곳당 50만∼60만원의 난방비를 지원했을 뿐, 다른 시·군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미등록 경로당의 딱한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규정에 맞춰 예산을 집행하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시·군이 자체 예산으로 미등록 경로당을 지원하기도 하고, 마을에서 등록 경로당 운영비를 미등록과 나눠쓰는 경우도 있지만, 형편에 맞춰 할 일"이라며 "다만 시설이 취약해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가 없는지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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