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12년 전 노파 살해범은 누구…검찰, 1심 무죄 불복 '항소'

입력 2017-12-20 18:24  

강릉 12년 전 노파 살해범은 누구…검찰, 1심 무죄 불복 '항소'
유일 증거 '쪽지문' 둘러싼 진실공방 항소심서 판가름 예상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1㎝ 쪽지문 분석으로 12년 만에 검거됐다가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강릉 노파 살해사건 용의자가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춘천지검은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정모(50)씨에 대한 항소장을 춘천지법에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공소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씨 사건을 항소하기로 했다.
정씨는 2005년 5월 13일 낮 12시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 사는 장모(당시 69세·여)씨 집에 침입, 장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 등을 감아 살해한 뒤 78만원 상당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장기 미제 강력사건이던 이 사건의 결정적 단서가 된 증거는 길이 1㎝ 쪽지문이었다.
당시 저항하는 노파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포장용 테이프에 쪽지문이 흐릿하게 남았다.
정씨는 올해 9월 경찰의 지문자동검색시스템 재감정 결과에 따라 용의자로 체포돼 12년 전 강릉 노파 살해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러나 이달 15일 국민참여재판 1심에서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증명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9명 중 8명도 정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증거인 포장용 테이프 안쪽 속지에 정씨 지문 일부가 발견된 점이 인정된다"며 "지문감정 결과에 의하면 정씨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일한 증거인 지문이 이 사건 범행과는 무관하게 어떠한 경위에 의해 남겨졌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어 "범행 후 12년이 지난 후 범인으로 지목된 피고인으로서는 알리바이 등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게 돼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그 외 정황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죄를 인정함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당시 수사기관은 피해자와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했을 뿐 외부인의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초동 수사 문제점도 지적했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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