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대통령이 이번 표결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각국 압박
팔레스타인 외교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나라 알게될 것"
아랍 매체 "美, 트럼프 찬반 표결로 변질시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유엔에서 벌어지는 '예루살렘 전쟁' 2라운드를 앞두고 미국과 팔레스타인 진영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21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유엔 총회의 예루살렘 관련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미국은 회원국들을 향해 대놓고 위협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유엔총회 표결을 앞두고 회원국에 이메일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앞서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벌어진 예루살렘 전쟁 1라운드에서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결정'을 부정하는 결의 채택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안보리의 15개 이사국 가운데 14개국이 찬성했지만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터키와 예멘 등은 긴급 유엔총회 결의를 재추진했다.
유엔총회에서는 거부권 없이 3분의 2가 찬성하면 결의가 채택된다.
헤일리 대사는 각국에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표결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나라에 기분이 상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고 압박했다.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위협'을 비난했다.
이날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교장관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국제공항에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내일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나라가 양심에 따라 정의를 위해 투표할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리키 장관은 "미국이 각국의 주권적 결정에 위협을 하려고 서신을 보냈다"면서 "미국이 다시 심각한 과오를 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말리키 장관은 이스탄불에서 차우쇼을루 장관과 함께 유엔본부로 향했다.
터키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예루살렘 전쟁' 초반부터 팔레스타인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날 "미국은 각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서신을 발송, 이번 표결을 단순히 예루살렘에 관한 의사표현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 표시 성격으로 변질시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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