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올해 南 회담제의에 무응답 일관…핵·미사일 개발에 올인
내년 도발 중단하고 평창올림픽 참가시 남북관계 전환점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했지만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의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 이후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한 우리 정부의 여러 회담 제안이 있었지만 북한의 호응은 없었다.
남북관계를 철저히 외면한 북한은 대신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미사일 개발에 사실상 올인하며 한반도 긴장지수를 크게 높였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는 등 국제사회와 강대강 충돌을 마다하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달 29일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쏘아올리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남북관계는 뒷전으로 밀렸고, 자연스레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도 힘을 받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 9월 결정한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지원마저도 악화된 국내외 대북여론을 의식해 여태 실행에 옮기지 못할 정도였다.
남북관계가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이제는 '핵·경제 병진노선'의 또 다른 축인 경제 건설을 위해 미국 및 우리 정부에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 특강에서 북한의 도발 지속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면서도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일단 조심스럽지만, 내년에 북한은 협상 측면에 중점을 둔 입장을 보일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이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한미연합훈련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직접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그동안 긴장을 면치 못하던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지수가 낮아지면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북핵을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으며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았던 우리 정부로서도 이렇게 되면 '한반도 운전자론'에 시동을 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구상대로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이 정세의 흐름을 주시하다 평창올림픽 개막에 임박해서야 참가 여부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북한의 참가를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한미연합훈련이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되고 북한도 이런 흐름에 호응하는 분위기로 간다면 남북관계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2년차인 내년에 남북관계에 대화 흐름을 만들지 못하면 그 후로는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상황을 얼마나 유연하고 신중하게 잘 풀어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입장은 내년 1월 1일 발표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조금 더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일정 연기 제안으로) 북측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북한 신년사에 대화에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평창올림픽에 맞춰 남북접촉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지금 핵포기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위장적 평화공세를 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남북) 대화의 동력이 없기 때문에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이 국면 전환 대신 추가 도발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쪽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평창올림픽이 임박한 시점에 긴장 고조 상황이 되풀이되면 올림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해 남북관계 복원을 도모할 여지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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