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연루 데미언 그린 英 부총리 결국 해임(종합)

입력 2017-12-21 19:01  

'성추문' 연루 데미언 그린 英 부총리 결국 해임(종합)
혐의 부인…"사무실 컴퓨터로 음란물 다운하거나 보지 않아"
성희롱 피해여성 부모, '권위 남용' 폭로한 딸 용기 칭송



(서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황정우 특파원 = 성추문 의혹을 받아온 데미언 그린 영국 부총리가 20일(현지시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린 부총리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측근으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지원해왔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메가톤급 성추문으로 촉발된 미국 내 성폭력 고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영국 정치권으로 번진 가운데 현직각료가 낙마한 두 번째 사례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메이 총리가 이날 저녁 그린 부총리의 사의를 수락했다.
하지만 앞서 메이가 사임을 요구해 사실상 해임된 셈이다.
메이는 그린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년간 당신이 보여준 헌신에 감사하며, 유감스러운 마음으로 당신의 사임을 요구했고 사의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자리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그린 부총리는 여전히 성추문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애초부터 말해왔지만 나는 의회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로 음란물을 내려받거나 음란물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 2008년 경찰 측이 내 변호사와 컴퓨터에 있던 음란물에 관해 얘기했고, 2013년에도 이와 관련해 경찰 측과 통화한 사실을 언론에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언론은 2008년 경찰이 기밀유출 의혹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당시 야당인 보수당 예비내각 이민담당 장관을 맡고 있던 그린 하원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사무실 내 컴퓨터에서 포르노 사진 등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그린 부총리는 지난 2005년 한 펍(영국 술집)에서 작가 케이트 맬트비의 무릎을 만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각사무처의 조사를 받기도 했는데 이 역시 부인했다.
하지만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은 21일 B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그린이 "특정 사건"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며 이 때문에 떠나야만 했다고 밝혔다.
맬트비의 부모는 이날 성명을 통해 '권위의 남용'을 고발한 멜트비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영국 정치권에 불어닥친 '미투' 캠페인의 파문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15년 전 여성 언론인의 무릎에 거듭 손을 올린 사실을 시인한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이 전격 사퇴했고 권에 충격파를 안겼다.
또 각료 출신인 집권 보수당 스티븐 크랩 하원의원도 2013년 취직을 위해 면접을 보러 온 한 19세 여성 지원자에게 성적으로 노골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폭로돼 내각사무처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외 여비서에게 런던 성인용품점에서 성인용품 2개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킨 마크 가니어 국제통상부 차관 역시 내각사무처 조사 대상에 올라있다.
이외 보수당과 야당인 노동당 하원의원들이 성희롱 의혹에 줄줄이 연루돼 당 차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성희롱 의혹을 받아온 웨일스 자치정부의 칼 사전트(49) 지역사회·아동부 장관이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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