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우발전쟁', 특히 김정은의 '제한전' 선택 가능성 배제못해"
외교안보硏 내년 국제정세전망…"위안부문제 결정, 한일관계 좌우"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21일 내년 북한이 '화성-15'형 미사일의 실각 발사 및 재진입 기술 실험에 성공하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미국과 직접 회담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외교안보연구소는 이날 발간한 '2018 국제정세전망'에서 "2018년 북한의 외교는 화성-15형 미사일 실험의 성공과 실패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북한은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를 성공으로 평가하며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재진입의 문제는 협상력 제고나 군사 기술적 필요에 의해 풀어야 할 과제"라며 "내년 북한은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의 화성-15형 실험을 감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만일 화성 15형 미사일의 정각 발사에 성공하고 재진입 기술을 입증한다면, 북한은 핵무력 건설의 완성을 재차 강조하고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과 군축 회담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연구소는 이어 "(회담) 형식은 한미 양국이 수용할 수 없는 핵 군축 협상이지만, 북한이 대화로 선회할 경우 이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다만 "반면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2017년과 같은 외교적 대치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한반도 내 전쟁 가능성에 대해 "한반도에서 '계획 전쟁'의 발발 가능성은 작으나 현재와 같이 극도로 높은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는 '우발 전쟁'의 가능성, 특히 김정은이 체제 및 정권 위기가 극심할 때 내부 평정을 위해 '제한전'의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의 국내 정치적인 부담, 근본적으로 여전히 대립되는 양국간 입장 차이, 미국의 대중 압박 요인으로 급속한 관계 개선보다는 점진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일관계는 "문재인 정부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보고서를 토대로 위안부 문제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한일관계의 향배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발간에 맞춰 진행된 간담회에서 국립외교원 전봉근 교수는 "내년 남북관계의 정치적 유동성이 증가할 것"이라며 "북한이 병진노선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등의 이유로 남북관계는 전면적 경색과 대치국면에서 벗어나 대치와 대화가 교차하는 유동적 관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 교수는 또 "새해 깜짝 변수로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문제"라며 "남북, 미북, 북중간 (관계의) 진전에 따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나 근래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범철 교수는 "남북대화, 북미대화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라며 "올해 북한 측을 세 번 만났는데 그들 입장은 '핵무기 완성 전 대화해도 한국으로부터 얻을 것은 없고 미국과의 빅딜을 원한다'는 것으로 남북대화를 추동하는 동인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미대화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비핵화 대화 및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추진이 트럼프 행정부 전략의 80% 정도고, 군사적 옵션이 5% 미만, 나머지 15%가 대화라고 본다"며 "(연합)훈련중단과 선(先) 제재해제를 북한이 요구하는데 미국이 받기 어려운 만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북한의 주요 인물로 황병서나 최룡해를 이야기하는데 실질적으로 김정은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은 조직지도부 핵심 실세인 조연준과 조용원"이라며 "조연준이 검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은퇴 수순으로 보기도 하지만 고령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검열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일 수 있고, 이후 강화되는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백지아 외교안보연구소장은 "국제정세가 불안감이나 기존 질서의 흔들림이 관찰되는 가운데, 안정과 평화의 토대가 되어온 제도와 규범을 지키려는 회복력의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며 내년의 키워드로 '불확실성'과 '회복력'을 꼽았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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