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난 5년간 암발생률 1위 자리를 지켰던 갑상선암이 3위로 주저앉았다. 과잉진단 논란 끝에 보건당국이 갑상선암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검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검진대상자가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 분석결과를 보면, 2015년 갑상선암 발생자수는 2만5천29명(남자 5천386명, 여자 1만9천643명)으로 2014년보다 19.5%(6천50명) 감소했다.
이렇게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갑상선암은 2009년 이후 우리나라 암발생 1위를 유지하다가 2015년에는 위암과 대장암에 1∼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2014년 각각 2위와 3위였던 위암과 대장암은 한 단계씩 상승해 1위와 2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원전사고나 자연재해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세계에서 유례없이 갑상선암이 증가해 과잉진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국내 갑상선암은 1999년 3천325명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03년 7천538명, 2007년 2만1천262명, 2010년 3만6천687명, 2011년 4만1천200명, 2012년 4만4천494명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한국의 갑상선암 환자수는 2011년 기준 약 4만명으로 인구 10만명당 81명꼴이었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에 달했다.
하지만 2013년 들어서면서 4만2천541명으로 꺾이고서 2014년에는 3만806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렇게 갑상선암이 급격히 줄어든 데는 일부 의료전문가들이 2014년 3월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꾸려 갑상선암 과잉진단의 문제를 제기하며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의료전문가는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기형적 증가세를 두고 건강에 대한 과대한 집착과 욕망, 무분별한 건강검진 체계가 낳은, 한국만의 기형적 산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첨단 영상진단기기 덕분에 미세한 신체변화까지도 집어낼 수 있게 됨에 따라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될 갑상선암까지 진단하게 되면서 생긴 기현상이라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런 과잉진단 논란후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을 제정해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위해에 대해서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갑상선에 혹이 만져진다면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일상적으로 검진받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갑상선암 발생률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갑상선 수술을 받는 환자 수도 급격히 줄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6년 주요수술 통계연보'에 따르면 상위 15위 안에 있는 다빈도 수술 중 최근 5년간(2011∼2016년) 연평균 감소율이 가장 큰 수술은 갑상선 수술이었다. 이 기간 갑상선 수술의 연평균 감소율은 8.0%로, 바로 다음인 치핵 수술(-2.7%), 자궁 절제술(-2.1%)을 크게 웃돌았다.
갑상선 수술은 2011년 4만4천234건, 2012년 5만1천513건, 2013년 4만8천948건 등으로 연간 4만∼5만 건에 달했었다. 그러다 논쟁이 벌어진 뒤 2014년 3만7천162건으로 꺾였고 2015년에는 2만8천214건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후 2016년 2만9천201건으로 소폭 늘었으나 2011년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갑상선암은 의료계에서 이른바 '거북이 암'으로 불린다. 목에 멍울이 생긴 뒤에 진단해 치료해도, 5년 생존율이 아니라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일 정도로 암치고는 대단히 천천히 진행하는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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