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소비증가→생산증가 선순환 의도와 달리 역풍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정부가 임금인상을 통해 소비를 키우고 생산을 늘려 임금을 더 올리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려 노력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0년 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에 이어 10년 전부터는 인구가 줄면서 인력난이 심화하자 연말연시 '인력쟁탈전 격화→요금인상→소비위축'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도래하려 해 당국을 긴장시킨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연말연시를 맞아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려는 경쟁이 음식점과 유통업계에서 과열되면서 시급이 상승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은 외식이나 서비스 요금인상으로 연결되면서 개인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단계다.
업계의 비명이 커진다. 이자카야 체인 쓰보하치 측은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인데도 아르바이트 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답답한 사정을 밝혔다. 이자카야는 아르바이트 활용이 많다.
인력난으로 최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이브(24일)에 휴업하는 점포까지 나왔다.
도쿄도 내 인재서비스 회사에 따르면 음식점이나 슈퍼, 드러그스토어 평균 시급은 1천100~1천200엔 전후다. 이는 모든 직종평균 1천97엔을 웃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최대 택배업체 야마토 운수는 일부 지역에서 야간 파트타임 운전사를 파격적인 시급 2천 엔(약 2만 원)으로 모집하기도 했다.
이자카야 덴구주장(天狗酒場)의 덴얼라이드도 연초 3일은 1천100엔의 시급에 200~300엔을 얹어준다. 시급을 올려줘도 업계 전체에서 일본인 학생 등을 구하기 어렵다.
이에 베트남인 유학생 등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대응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스테이크 전문점 이키나리 스테이크도 높은 시급을 제시해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10월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1.55배로 43년 만의 높은 수준이었다. 졸업자나 경력자 정규채용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도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리쿠르트잡스 조사에서는 11월 3대 도시권 아르바이터·파트타이머 모집 시 평균 시급은 1천24엔으로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인재 쟁탈전이 심해져서 시급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채용 후에 성과가 좋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표창하거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근로 의욕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업종 간 온도 차도 있다. 일본은행이 발표한 12월 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결과를 보면 고용인원이 과잉이라고 대답한 기업 비율에서 부족이라고 답한 비율을 뺀 지수는 숙박·서비스업이 -62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고, 운수·우편도 -47로 일손부족이 심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14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상황이다.
인건비 급등이 선명한 외식이나 서비스에서는 요금인상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부담증가다. 회복 조짐을 보인 개인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고 요미우리는 진단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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