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분당열차 출발하나…통합 전당원투표 당무위 결과 촉각

입력 2017-12-21 12:01   수정 2017-12-21 12:11

국민의당 분당열차 출발하나…통합 전당원투표 당무위 결과 촉각

안철수측 "한국당 통합설은 억지…호남계, 개인입장만 주장하나"
반대파 "安, 쿠데타적 발상…족탈불급"…전당대회 실력저지 시사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관철시키겠다며 전(全)당원투표 카드를 꺼내 들자 당내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등 통합 찬반 양측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양측이 이미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돌고 있다.
호남중진 등 통합 반대파가 안 대표 불신임을 주장하며 통합절차를 결사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태세를 보이는 가운데 21일 오후 열릴 당무위원회는 양측의 공개 충돌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무위 결과에 따라 통합 문제는 양 극단을 달리게 된다.
안 대표가 제안한 전당원 투표 안건이 당무위를 통과하면 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호남계의 원심력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부결될 경우 통합론은 급격히 위축되고 안 대표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대표 측은 이날 당무위 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27∼28일 케이보팅 온라인투표, 29∼30일 ARS 투표를 거쳐 31일 최종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열흘 안에 관련 절차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다수의 통합 찬성의견을 확인하더라도, 합당 문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전당대회 결의까지 다다르는 각 절차마다 험로가 예상된다.
일단 통합으로 향하는 첫 단추인 당무위부터 무사히 마무리 지어야만 하는 안 대표 측은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김관영 사무총장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원 투표로 당장 합당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면서 "당원에게 당의 진로를 물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결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은 '바른정당과 통합한 후 자유한국당과 또 통합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계속하는데, 이는 반대를 선동하기 위한 억지"라면서 "안 대표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얘기했다"고 밝혔다.

호남계 의원들을 향한 불만 섞인 감정도 감지됐다.
송기석 대표 비서실장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 의원들이 너무 개인의 입장에 치우쳐 주장하는 것 아닌가"라며 "(통합이) '호남 버리기'라는 개념규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합반대파의 입장은 강경하다.
전당원 투표를 보이콧하는 것은 물론, 전당대회 개최가 가시화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우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천정배 전 대표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초심을 잃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고 있다"며 "오늘 당무위에서 합당에 반대하는 분들이 (전당원투표제를) 총력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전 대표는 "안 대표가 독재적으로 의원 총의를 무시하고 합당 방법을 발표한 것은 유신 쿠데타적 발상"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드는 식에 비견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 합당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사람이 당을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전 대표도 tbs 라디오에 출연, 안 대표의 전날 의총 불참에 대해 "자기가 (전당원투표 방침을) 발표해놓고, 비난받을 것 같으니 도망친다면 그건 '도철수'(도망가는 안철수)"라면서 "자충수를 뒀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노태우 대통령의 3당통합 제의를 덜컥 잡고 이를 거절했던 DJ(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먼저 대통령이 됐지만,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지 않나"라며 "욕심낸다고 역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를 소집하는 절차와 진행에서 그렇게 용이하게는 안 될 것"이라면서 안 대표를 겨냥해 "족탈불급(足脫不及·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박 전 대표는 "콰이강의 다리를 며칠 몇시, 몇분, 몇초에 폭파하겠다고 발표하고 폭파하나"라면서 전당원투표 후 합당이 강행될 경우 '합의이혼'을 하는 결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정동영 의원 역시 CBS 라디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에 대통령직을 걸고 이를 독재 정당화 수단으로 삼았다"며 통합 여부를 묻는 전당원 투표에 재신임을 결부시킨 안 대표를 직격했다.
반대파 당무위원들은 이날 오전 모여 전당원 투표 저지 대책을 논의했다.
양측 간의 격한 갈등으로 당무위 개최를 앞두고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통합 찬성파의 김관영, 반대파의 조배숙, 중립계의 황주홍 의원으로 구성된 '3인 모임'은 이날 오전 1시간 30분가량 회동을 하고 중재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좋은 것도 아니다"면서 "당무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미국에서 귀국하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통합 과정에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안 대표 측에서는 손 고문이 당 안팎으로 폭넓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통합 추진 과정에서 당내 갈등을 조율하고 중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은 "손 대표가 안 대표의 도구가 될 리 만무하다"면서 손 고문의 역할론을 일축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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