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일까 흥행의 천재일까…'쇼맨' 바넘의 답은

입력 2017-12-21 14:12  

희대의 사기꾼일까 흥행의 천재일까…'쇼맨' 바넘의 답은
쇼비즈니스 개척자의 자서전 '위대한 쇼맨'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바넘 효과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특징을 누구나 자신만의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다. 1956년 심리학자 폴 밀이 '우리는 모두를 위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We have something for everyone)를 내걸고 서커스를 열었던 19세기 미국인 사업가 P.T. 바넘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희대의 사기꾼 혹은 흥행의 천재. 1810년 태어나 1891년 세상을 뜬 바넘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그가 예순의 나이에 창단한 '바넘의 대이동 박물관, 동물원, 카라반& 서커스'는 올해 마지막 공연이 열릴 때까지 150년 가까이 서커스의 살아있는 역사로 군림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절정에 달한 오늘날, 스스로 '쇼맨'으로 생각했던 바넘의 유산은 작지 않다.
바넘의 인생을 다룬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 국내 개봉에 맞춰 자서전도 출판사 아템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됐다. 책은 서부개척 시대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남자의 흥미진진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시간순으로 따라간다.
6살 때까지 자신을 귀여워한 외할아버지 품에서 받아먹은 각설탕 양이 300kg은 족히 된다는 첫 장의 '허풍스러운' 소개에서부터 바넘의 평범하지 않았던 기질이 드러난다. 바넘이 수다스럽게 늘어놓은 유년 시절의 일화는 이재에 밝고 한 방을 노리는 모험적인 성향이 타고난 것임을 보여준다. 그는 먼지 묻은 재고품을 해치우기 위해 기획한 복권 사업으로 친척들과 한때 절연할 위기에 처했을 정도다.
그는 20대부터 본격적인 흥행사 면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늙은 노예의 전시권을 사들여 161세라고 소개하면서 사람들을 불러모은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거인증이나 왜소증 등을 앓으며 숨어 있었던 인물들을 무대 전면에 내세운 공연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대중이라는 집단의 위력과 특성을 일찌감치 알아차렸던 것에 그의 비범함이 있다. 입소문 마케팅, 노이즈 마케팅 등 오늘날에도 쓰이는 마케팅의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했던 그의 면모를 따라가다 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는 장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야바위의 제왕'으로 불리기를 자청했다.
바넘이 항상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도 여러 차례 사기당했고 미국 경제의 침체 속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집요함과 뚝심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 겸손이랍시고 재능을 숨기지 마라 ▲ 갑작스러운 부는 불행보다 더 모진 시련이다 ▲ 친구들 도움을 믿지 마라 등 사업가들을 위한 바넘의 조언은 그래서 더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 많다.
또 동료들과 수익을 나눌 줄 알았고 금주운동가였고 노예제 폐지와 참정권을 주장했던 바넘의 면모는 사기꾼으로만 평가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19세기 남북전쟁 후 정치·사회·경제적으로 급변했던 미국, 특히 뉴욕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정탄 옮김. 616쪽. 2만4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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