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내 어린이집 찬반 '팽팽'…빈교실 60% 소도시·농어촌에

입력 2017-12-21 16:11  

초등학교내 어린이집 찬반 '팽팽'…빈교실 60% 소도시·농어촌에
교육부 실태파악 결과 전국 초등학교 빈교실 934곳…대도시 소재 비율적어
"수요 많은데 학교장 등이 반대" vs "수업권 침해·관리 혼선 우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범정부 차원의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초등학교 유휴교실 활용 방안을 토의과제에 붙이면서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관계부처 간 의견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문제가 청와대 청원으로 접수되는 등 공론화됐기 때문에 토론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초등학교 빈 교실을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하자는 청원을 올렸고, 현재 6만9천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초등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문제는 그동안 간간이 제기돼오다 지난 11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교육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초등학생 수업권 침해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관리책임 이원화(학교는 교육청,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장) 등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였다.
또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추진 중인 데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린이집 설치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도 협의 안 한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교육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은 교과교실제, 초등돌봄교실, 공립유치원·에듀케어 학급 확대로 학내 유휴공간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유보통합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면 수많은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며 "소모적 갈등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여론 수렴과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도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개정안을 법사위 제2소위로 회부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빈 교실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해 운영하는 곳은 한때 37곳에 달했다가 현재는 22곳으로 줄었다.
교육부는 안전문제 우려와 시설관리 혼선 등 운영상 어려움 때문에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복지부는 유휴교실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려고 해도 학교장의 반대 등으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한다.
올해 7월 교육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유휴교실 실태조사에서 전국 초등학교의 빈 교실은 934개로 파악됐다. 소재별로는 소도시 384개, 농어촌 194개, 대도시 356개였다.
어린이집 수요가 많은 곳은 주로 대도시지만, 전체 빈 교실의 약 60%는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또 어린이집을 설치하려면 보통 교실 3개가 필요한데 대도시(인구 80만명 이상)의 경우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학교는 27곳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유휴 교실 어린이집 설치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에 관해 "(복지부와 교육부) 두 부처 차관으로부터 얘기를 들어보니 그렇게 큰 차이 같지는 않다"고 했지만 격차가 쉽게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보육(어린이집)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유아교육(유치원)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유보통합 문제 못지않게 유휴 교실 활용 문제에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도시와 농어촌, 중소도시 가릴 것 없이 빈 교실이 많이 남아도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남는 교실이 있더라도 병설유치원과 특수학급 증설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유휴 교실 활용은 관련 당사자들의 합의와 서로 간에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지역 수요와 국가 차원의 필요를 맞춰가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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