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호모 사피엔스가 여러 유인원 종 중에서 유일하게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생각하는 능력'이다.
신간 '생각의 기원'(이데아 펴냄)은 인간의 독특한 능력인 '생각'이 어떻게 생겨났고 진화해 왔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미국의 영장류학자 마이클 토마셀로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공동소장은 '사회성과 협력'에 초점을 맞춰 호모 사피엔스의 '생각의 진화사'를 추적한다.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공통 조상들은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작은 무리에서 생활했다. 이들은 대체로 경쟁적이었고 개별적으로 먹이를 구했다. 이들의 생각은 개인적인 수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개인 지향성'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생각은 40만 년 전쯤 '초기 인류' 시대에 한 차례 변화를 겪으며 비로소 유인원의 생각과 차별화되기 시작했다.
초기 인류는 유인원과의 공통 조상보다는 훨씬 더 협력적인 인간이다. 문화생활을 하거나 언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수렵 활동을 위해 새로운 사회적 조정 능력을 개발했다. 이 시기 인류는 큰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협력이 필요한 무기를 사용하는 등 더는 혼자만의 힘으로 식량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수렵에서 좋은 식량을 많이 얻으려면 좋은 파트너가 필요해진 만큼 타인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 지향성'에서 '공동 지향성'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약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에 인간의 사고는 또 한 번의 변화를 겪는다. 이때 협력의 규모는 소규모 '무리'에서 '집단'으로 확대됐다. 인구의 규모가 커지고 집단 간 경쟁을 하게 되면서 나와 다른 사람을 생각하던 것에서 이제는 나와 너 외에 또 다른 집단 구성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집단은 공통의 문화적 기반에서 집단 내에서 사용되는 관습언어들을 만들어 다른 집단과 구별된다.
언어가 등장하면서 객관적인 사고가 가능해졌고 공동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논쟁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성찰적인 추론이 이뤄졌다. 또 집단의 생각과 일치하도록 자기 생각을 관찰하고 조정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사고는 '개인 지향성'에서 '공동 지향성'을 지나 '집단 지향성'의 단계로 진화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는 경험적인 관찰을 통해 인간과 유인원이 사회적 상호작용과 조직 면에서 상당히 다르고 인간이 모든 면에서 훨씬 협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생각과 사회적 상호작용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음을 외면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한다. 이정원 옮김. 264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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